하루살기 (185)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이 아파! 각종 스캔들의 이면에도 이런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되려나? 세상은 얼마든지 윤색 가능한가 보다. 너무 단순한 사실, 명쾌한 일들도 밀가루 반죽처럼 길게 늘어뜨려 수타 몇번 한뒤 비비 꼬면 얼마든지 질겨질 수 있다는 거, 이번에 알았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해오면서 세상 헛살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이라는 용어가 왜이리 부정적으로 사용되는지도 알만하다. 난 칼을 들었다. 도저히 눈뜨고 봐줄수 없었다. 허심탄회하게 다가가면 할말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미 적을 규정하고 죽일 기회를 틈틈히 노리는 전사들에게 허심탄회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나와 우리조직에 사과하는 당원들 조차 문제아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몰고가니, 진보가 이모양요꼴일 수 밖에 없다는 친구의 말.. 광인으로 산다는 것 모처럼 용인에 갔다. 혈액투석을 마치고 나온 엄마를 모시고 막내이모, 그녀의 친구 넷이서 한정식을 먹었다. 식탐많은 가족들이라, 한상 푸짐하게 나오는 '시골밥상'집을 좋아한다. 결혼해서 아이낳고 무탈하게 사는 나에 대한 칭찬이 또 이어졌다. '아~ 밥값을 나보고 내라는 뜻이구나' 필이 온다. 내내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면 듣는다. 나랑 상관없는 칭찬들, 가령, 이아이는 어려서부터 책에 파묻혀 살았어. 남자들도 잘 안만나고 처녀적부터 얼마나 조신하게 생활했는지 몰라.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잘해서 이쁨받고 살고 있잖아. 일이면 일, 살림이면 살림, 뭐 하나 흠잡을게 없어. 난 그녀들의 칭찬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내가 입만 벙긋이라고 하는 날엔 그녀들의 신념이 무너지고 난 바로 자살을 권유받을지 모른다... SK실버택배 어르신들 반가운 얼굴들. 나의 부모보다 훨씬 나이든 분들과 함께 지난 5년의 세월을 보냈다. 처음, 3명의 어르신을 고용했다. 본의아니게 난 고용주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실버택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매일 모여서 넋놓고 회의만 하기를 일쑤. 어쩌다 주문전화 한통화 오면 누가 갈것인지 정하는 것도 숙제였다. 교사출신 어르신은 모두를 가르치려들고, 군인출신 어르신은 진두지휘하려들고, 학자출신은 매번 전략을 짜느라 각자 바빴지만, 정작 홍보도 안되고 주문은 하루에 서너건이 고작이었다. 나는 활동가인지 택배 사무원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하루종일 주문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주문전화를 받아야 했다. 거래처를 놓치면 안되니까. 개그맨 뺨치는 김모어르신은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공중전화부.. 대청소 주말을 비우고 들어온 집은 아늑하지 않다. 왜 여자가 집을 비우면 집은 아름다운 나의 집이 아니라 더러운 나의 집이 되어 있을까. 냉이된장국엔 하얀 곰팡이가 피었다. 곰팡이를 손으로 걷어보니 냉이들이 헬쑥하다. 불쌍한 것들. 국물을 꼭 짜서 음식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양배추 물김치는 시어꼬부라져서 맥없이 반찬통에 담겨져있고, 짜파게티 끓여먹은 흔적이 남은 냄비는 꺼먼 춘장기름이 둥둥 떠있다. 모두 찬물에 훌렁훌렁 헹궈서 쓰레기 봉투에 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급격하게 온도가 높아지다보니, 털옷을 바라보는게 부담스럽다. 이참에 옷장정리좀 해야겠다 싶어 자개장을 열었다. 옷들이 쏟아진다. 그동안 숨참고 있느라 고생이 많다 애들아~. 행거에 걸려있는 겨울옷들을 털어서 차곡차곡 접었다. 무엇보다 몇년째 내몸에 .. 자매애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때, 모든 암컷과 수컷이 이성애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성애를 느끼는 사람끼리만 만날 수 없는 것이 현대사회다. 그러니까 동물세계나 원시공동체처럼 번식만을 위해 눈을 부라리고 수컷을 찾아 헤매는 하이애나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생식과 번식을 고려하지 않고도 동지적 만남, 우정의 만남, 그저그런 만남 등 다양한 관계의 색깔이 있다. 이성애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말이다. 어떤 수컷에게는 10점 미만의 이성애, 그러니까 자매애에 가까운 느낌이 있고 어떤 수컷에게는 90점 이상의 이성애를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10점과 90점의 관계의 농도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콧소리를 하느냐 안하느냐, 혹은 교태를 부리느냐 안부리느냐, 혹은 외양을 조심하냐 안하냐 등으로 구분하면서 섹스의 가능성.. 찝찝 마무리한다는 건 시원섭섭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시원'에 더 방점이 가있을지 모른다. 무슨 마무리든 '시원'해야 미련이 없다. 일이든, 사랑이든. 요즘들어 내겐 시원한 마무리가 없다. 10년간 활동해온 단체를 그만두는데도 환송받을 줄 알았으나, 일이 꼬여 단체 망가뜨린 원흉이 되고 말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어쨌거나 몸담고 책임져왔던 사람에게 성패가 몰리기 마련일걸 알지만, 똥누고 밑닦지 않은 기분이다. 여하튼 그래도 마무리는 되었다. 주민조직가 훈련 6개월 과정이 마무리됐다.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훈련생들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길고긴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는가. 그러나 이들을 담당했던 나와 몽애언냐는 떨떠름했다... 한강 서울에 정을 붙이게 만든건 한강이다. 봄이면 진달래 따먹고 아카시아 우거진 숲속에서 친구들과 비밀스런 놀이를 하던 시골살이에 익숙한 몸과 맘이 도심에서 버텨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꽃이 피워도 이쁜지, 햇살이 따뜻해도 좋은지 모르고 그저 재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오가던 나를 잠시 숨고르게 해줬던 한강. 어느 도시에 반경 1킬로가 넘는 큰 강이 흐른단 말인가. 그 한강을 만끽하기 위해 추운겨울이 지나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오늘은 자전거 타기에 딱좋은 날이었다. 충동적으로 자전거 열쇠를 풀렀다. 바지 밑단이 넓어서 양말속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양말목이 짧아 포기했다. 가방도 배낭이었어야 했는데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왼쪽 손잡이에 묶었다. 핸들놀리기가 불편하다. 헬멧은 사뒀으나 차림새가 .. 라식수술 귀고리를 고르다가 관뒀다. 이쁜것들이 있으면 뭐하랴, 안경쓰고 왕귀고리 하면 눈만 어지럽게 뱅글뱅글돌아갈 뿐인걸. 화장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곱게 단장하고 마지막으로 안경을 얹으면 바로 교사스타일된다.(전국의 교사여러분 죄송해요) 내가 원하는건 히피나, 자유로운 영혼이 뚝뚝 묻어나는 예술가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놈의 안경때문에 내 간지는 도무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갑자기 라식수술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남편이 맥주를 사들고왔다. 요즘 이런저런 복잡한 일 때문에 일주일에 두어번은 집에서 맥주를 마신다. 나는 조심스레 나의 소원을 이야기해본다. "나, 라식수술하고싶어" "왜?" "화장하고 싶고, 목욕탕에서 미끄러지기 싫고, 왕귀고리 달고 싶어" "나도 라식수술이 소원이었잖아" "당신은 왜?" "난 ..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