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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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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그녀가 자살했다. 몇년전, 우울했던 그녀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한때 크리스찬으로 살았던 그때. 난 그녀의 남편과 아이를 먼저 알았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 그녀의 자살소식을 들으니 그냥 욕이 먼저 나온다. '빌어먹을 기독교' 이혼했드라면.... 이제 40대 초반. 남의일 같지 않다. 미련을 두고 떠나갈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생각해보니, 난 미련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미련하기도 하다. 서툰투정, 서툰표현, 서툰사랑. 모든게 다 서툴러서 미련을 갖는다. 미련한 짓도 많이 하고 다닌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분이 오셔서 난 꽁꽁 숨어있다. 맘에 없는 독설로 여럿 짜증나게 할까봐 고요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분은 홀로 고독하라고 하시기에 오늘은 하루종일 혼자 수영하..
약속 약속은 의무와 권리의 '락'장치와 같다. 현재는 미래의 약속을 통해 행복한 기대를 갖는다. 그러나 그 미래는 약속을 유효한 감정으로 만들기 보다는 의무와 권리로 인해 수직적 관계를 고착화할 뿐이다. 그래서 감정없는 행위가 남는다. 약속이 실천이라는. 약속의 의무를 지키는 자는시원섭섭하고 드라이한 권리를 획득한 당사자는 왠지모를 착찹함을 경험한다.그 래서 자발적 약속조차도 불신하고 거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기대가 아니라 약속하는 그 당시의 '마음'만 향유하면 된다. 약속을 남발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며 불신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당시의 약속남발은 당시의 마음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 자체를 믿어도 충분하다. 물론, 다른 저의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약속은 미래의 행위를..
자기애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를 놓고 씨름중이다. 타자와의 관계속에서 나를 죽이고 살렸던 용의자는 나다. 요즘,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내가 보인다. 거적대기안에서 꿈틀대는 나를 쓸어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내가 나를 치우지 않음, 누가 나를 치워줄 것인가. 낮은 자기애는 '배려'로 둔갑한다. 다중에게는 칭찬을, 유기적인 관계속에서는 노골적인 불편함을 선물받는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미지가 그려넣은 박제화된 '행복'에 나를 퐁당 담가버리고 유기했을뿐. 나는 허우적 대는 나를 보면서 마냥 귀여워서 싱긋 웃어준것 밖에는 한 일이 없다. 사람들은 겁쟁이가 아닐지 모른다. 뜨거운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비틀대고 화상을 입는게 후회..
훼이크 싸이질을 안한지 꽤 되었다. 간만에 네이트온을 켜고 남의 집 훔쳐보듯 내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내생애 첫정을 준 몽골여행 사진을 보니 가슴이 싸하다. 가부장의 억압으로부터 발버둥치며 살았던 피곤함이 몸 곳곳에 베어있다. 홍콩여행사진을 보니 좀 싱싱하다. 머리털이 뭉텅 빠져있으나 머플러로 교묘하게 멋을 부리고 한껏 홍콩다운 복장으로 2박3일 잠잘틈도 없이 돌아다닌것 같다. 돈이 없어서 정말 쫄쫄굶으며 다닌 델마와 루이스의 여행이었다. 인도나 네팔은 자유여행이 아니라 유적지나 정당,시민단체를 방문하는 아카데미의 일환이었으므로 그닥 기억에 남지 않는다. 탱고사진을 열어본다. 탱고하면서 싸이질을 시작했지 아마? 망사스타킹, 수영장, MT, 발표회, 거기서 나는 즐거워 뒈질 지경으로 웃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 사..
잡생각 비가 온다. 꾸물거리는 날씨가 좋다. 에너지가 가라앉아서 제대로 고독해질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핑계다. 이유없이 좋은거다. 누구는 가을하늘이 너무 좋아서 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몇시간이고 같이 있을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사귀어버리겠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난 가을하늘보다 오늘같이 꾸물거리는 날씨가 좋다. 그래서 난 머리털 치료때문에 조심하던 술을 마셔버리고 말았다. 알탕에 소주 반병. 목소리가 커지고 술냄새 풍기면서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며 어깨도 흔든다. 술마시면 그게 좋다. 남들이 보든말든 리듬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는게. 보기엔 별로 안좋다. 스크린도어에 내 모습을 슬쩍 엿보니 정말 별로다. 모자라도 쓰고 힙합차림으로 흔들면 나름 멋도 있으련만, 오늘은 대충 챙겨입은 덕에 좀 어정쩡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홍상수가 좋아질것 같다. 그간 난 홍에게서 인텔리의 절제와 얄미롭도록 똑똑한 모습에 비위가 상해왔었다. 어쩜 저렇게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은 무엇인지 배가아팠고, 반대급부로 김기덕을 좋아했었다. 감정덩어리, 상징덩어리, 욕먹어도 배설하고야 마는 솔직한 마초. 김기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입견과 개인의 경험으로 무작위적인 타인을 판단해온 나를 반성하고 있는 와중에 이 영화를 만났고, 그가 겪었을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홍! 많이 아팠겠구나. 하는생각. 나도 요즘 그런 소통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으니까. 망상과 착각을 걷어내면, 오롯이 관계의 속살이 보인다. 이영화, 속살을 보며 낄낄거릴 수 있었다. 상영관 찾기도 힘들고 더구나 꼴랑 4명이서 본 영화, 혼자보기 아까웠다. ..
죽음 - 노대통령이 죽었다. 바위앞에서 뛰어내리기전 심정이 어땠을까. 발바닥이 저리고 가슴이 펄떡인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사람이었다. 죽고 난뒤 너도나도 그에대한 살가운 추억들을 쏟아내니 난 그냥 입다물겠다. - 사무국 인수인계. 사무국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위원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드디어. 고작 페이퍼2장짜리 행정서류에 대한 정리를 인계하니 사인을 하란다. 2부씩 복사해서 각자 나눠가지잔다. 법적서류를 만지는듯한 기분. 여튼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이제서야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한다. 난 드디어 활동가로서 죽었다. - 조직전체의 문제를 개인의 과오로 몰고가서 결국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놈을 제거하는 식의 운동조직, 우리뿐이 아니네. 몇년전 그녀도 그렇고 지금 그도 그렇도 나도 그렇..
원형탈모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내 뚜껑이 열리고 만 것이다. 지난 겨울부터 방바닥에서 발견되는 머리카락의 비율중 유독 내것만 눈에 들어오더라니. 맥아리 없이 술술 빠져서 걱정을 했지만 그냥 모른척 했었다. 몇년전에도 탈모증상이 있어서 이를 치료하느라 정성 쏟은걸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직공 모발력 삼푸로 감은 다음 직공모발력을 바르고, 텔레비전 앞에서 빗으로 두드리고, 술담배는 한동안 멀리 했었다. 한 3개월을 노력하니 증세가 좋아졌다. 앗싸~ 난, 하고싶었던 염색도 하고 탄탄해진 머리털을 아껴주며 세월을 보냈드랬다. 그게 그러니까 2008년 4월이다. 한동안 머리털 걱정없이 살다가 지난 겨울부터 이상하게 머리털이 자꾸 빠져서 머리를 짧게 짧게 자르다가 스포츠 머리 될거 같아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