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기 (185)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로소득 오늘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방문하는 날이다. 공식적 백수인 나는 한달에 명함 두장을 구직노력의 증거물로 제출해야 한다. 지난달에 만났던 일용직 할아버지께서 또 내 앞번호에서 상담받고 있었다. 짜증섞인 상담원의 말. "그러니까,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거물을 제출하셔야 급여를 받으시죠" "... ..." "그냥 오시면 안되요. 네? 제 말 잘 알아들으셨죠?" 할아버지는 게면쩍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채 돌아갔다. 나는 괜시리 상담원의 태도에 욱해서 항의하려다가 대책없는 오지랖을 참았다. 운전도 해야하고, 실은 이런식으로 나서는게 다 귀찮아서였다. 하지만 나한테도 저런 태도를 보인다면 걍~ 날려버릴테다 맘을 먹고 데스크앞에 앉았다. "자아, 구직수첩 주세요" "여기요. 그리고 명함도 여기 있어욤" 맘은 강하게.. 내 두뇌속은 순두부 나에겐 교양욕구가 넘친다. 넘친다는 건 모자란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교양과 상식이 모자라서 슬픈짐승이 바로 나다. 지적욕구는 많이 들어봤을지라도 교양욕구는 친숙한 용어가 아니리라. 고백하자면 난 교양욕구가 지적욕구를 앞선다. 모르는건 죄가 아니라는 인식때문에 몰라도 당당하게 살아왔다. 아는 사람에게 묻거나 혹은 책을 뒤지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양은 쉽게 배울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게 여간 쪽팔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양이라는게 리버럴의 한국판용어이지만 내가 말하는 교양은 원초적인 기본적인 상식수준을 뜻한다. 엄격히 말하면 상식욕구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전학을 갔다. 지진아로 저학년을 보낸 나로서는 학교시스템에 적응을.. 망치 "호전적인 자는 평화로울때 자신을 깨부수는 자다" 니체의 아포리즘. 나를 관찰하면서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을 준비한다. 쉽지 않다. 밀착된 관계에서 사건에서 시시때때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를 판단하고, 그로인해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역으로 좋을 것 없는 현재를 과거가치판단으로 행복해하기도 한다. 지금은 어디로 가고 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선가치판단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때론 운이 좋아서 상처로 인해 빠른시간내에 효율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간혹 '성장'의 선물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위로한다. 그러나, 낯선 사건과 상처만이 나를 부술 것인가? 가만히 앉아서 사건과 상처를 기다리며 살아갈 순 없다. 평화로운 안정감에 누워 솔바람이나 만끽하며 살고싶지 않다. 편안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 정치력 -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 - 먹잇감이 되는 경험은 참 비참하다. - 신뢰에 호소하는 건 무능의 소치다. - 분노하지 않는다. - 얄팍한 흔들림을 더이상 그냥 보고싶지 않다. - 난 선언했다. 그리고 나를 이야기했다. - 인정할 건 인정한다. - 하지만 과한 건 과한거다. - 도대체, 왜 그런지 직접적으로 물었다. - 대답하지 못했다. - 조직의 문화가 잘못되었다. - 비전과 방향이 없는게 문제였다. - 난 원인을 안다. - 그들은 아직도 사냥감을 노려보고 있다. - 먹잇감이 맛나지도 영양가가 있지도 않다. - 난 그래도 믿는다. - 하지만, 무기력한 건 내가 아니다. - 강하게 선언한다. -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 정치력이 필요할 때다. - 정치력은 옳고 그름의 가.. 인천공항 - 아마 여권이 주머니에 있었더라면 그냥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공항,터미널,기차역이라는 공간에 있으면 떠나고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어렵다. 황사인지 안개인지 희뿌연 바깥공기를 가르며 비행기는 떴다. 나는 가까스로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해외인턴을 신청할까말까할까말까할까말까. 하지만 안다. 나는 떠나지 못한다. 올해는. - 인천시내서 잠깐 맥주한잔하고 11시가 다 되서야 서울행 버스를 탔다. 이런 제길, 오르자마자 쉬마렵다. 갈길이 먼데. 기사아저씨한테 양해를 구하고 내릴까말까내릴까말까내릴까말까. 참자참자참자참자참자. 조금씩 싸서 말릴까? 고민하고고민하는가운데 어느덧 강남고속터미널 도착. -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는 천호동으로 택시타고 날랐다. 배불러서 맹물만 마시다 다시 집으로. 하루종일 떠나지는.. 나도 이런사진을 갖게 될 줄이야 집이나, 식당 같은데 가면 주인장의 높고 험한 산 완전정복 사진이나, 대어를 낚은듯한 낚시사진을 종종 발견한다. 뭔가 성공의 기쁨에 넘쳐나는 그 모습을 볼때마다 난 좀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대체 그게 뭐라고. 저렇게 자랑하고 싶나? 난 안부럽다규~ 근데 지난 설악산에서 찍은 사진을 화일로 받아보니 웃음이 나온다. 나도 대청봉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 승리의 브이를 날리면서 말이지. 그리 감격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온거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포즈를 잡아봤다. 초입에서는 힘들었지만 그리 완전정복의 기쁨은 없었다. 그냥 바람이 시원했을뿐. 겨울막바지 산행이 준 행복감이 생각나서 사진을 올려본다. 그땐 그랬지 - 을왕리 해수욕장. 자살하려고 찾아갔던 그곳을 10년이나 지나서 다시 한번 찾았다. 그때처럼 쓸쓸하지 않다. 삐끼도 많고 횟집도 많다. 1박2일 방영때문인지 사람도 많다. 삐끼들을 피해 벤취에 앉아 잠시 바다를 감상했다. 썰물때여서 바다는 멀리있었다. 삐끼없는 가게가 없어서 결국 숭어회를 스끼다시로 준다는 집에서 먹었다. 평일한낮의 바다는 심심하고 건조했지만 콧바람은 기분좋다. 조개들이 튼실하다. - 탈시설학교 강의를 맡았다. 무려 5개월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인분들과 소통은 가능할까? 걱정된다. 내가 못알아듣고 추측해서 말해버리면 상처받을텐데. 귀를 활짝열어야한다. 다시 봄이 되면 장애인투쟁에 시끌시끌할 것이고 그들은 활동가로서 자기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난 그들에게 조금이.. 노래 간만에 노래방에 갔다. 사람은 이기적이기도 하지. 다른관계에 팔려있을땐 친구들을 소외시키더니 돌아돌아 와서 친구들을 찾는다. 결국 허리를 감싸주는건 친구들 뿐이라니. 그녀들은 아주그냥 가슴 찢어지는 노래로 골라 두시간 내내 불러제꼈다. 좋다. 내 주문이기도 했다. 펑펑 울고싶을때 안약을 넣을 수도 없고 안구건조증인지 눈물도 잘 나오지 않았지만 가슴절절한 노래가사는 끝내 눈을 촉촉히 적셔주었다. 슬프지만 행복했다. 이소라는 이별하면 앨범이 나온다고 하지. 공지영은 아픈 결혼과 이혼의 반복과 사랑으로 인한 상처의 경험에서 그런 글이 나온다고 하지. 창작하는 사람에게 있어 상처는 분명 상장과 같은 것이리라. 소설을 시작했다. 마광수 아저씨가 좋아할만한 구절들이 화면에 박혀간다. 쓰는 내내 웃긴다. 등장인물들 ..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