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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마이 아파!

각종 스캔들의 이면에도 이런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되려나? 세상은 얼마든지 윤색 가능한가 보다. 너무 단순한 사실, 명쾌한 일들도 밀가루 반죽처럼 길게 늘어뜨려 수타 몇번 한뒤 비비 꼬면 얼마든지 질겨질 수 있다는 거, 이번에 알았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해오면서 세상 헛살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이라는 용어가 왜이리 부정적으로 사용되는지도 알만하다.

난 칼을 들었다. 도저히 눈뜨고 봐줄수 없었다. 허심탄회하게 다가가면 할말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미 적을 규정하고 죽일 기회를 틈틈히 노리는 전사들에게 허심탄회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나와 우리조직에 사과하는 당원들 조차 문제아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몰고가니, 진보가 이모양요꼴일 수 밖에 없다는 친구의 말이 가슴팍에 꽂힌다.

그래도 비가 오니 좋다. 뭐랄까 내겐 고통이 고독으로 안내하는 피알맨같다. 작고 뭉툭한 난쟁이가 나를 손짓한다. 그의 안내로 '고독'을 씹는게 나쁘지 않다. 아프고 복잡할수록 '고독'은 참 달콤하다. 혼자 건대입구 포장마차에서 김밥을 주섬주섬 먹었다. 주인장은 나를 연변 아줌마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멀쩡한 아줌마가 집도 아니고 가게도 아닌 포장마차에서 매번 점심을 해결하니 말이다. 김밥은 참 맛나다. 포장마차 천장을 비가 때린다. 뜨끈한 오뎅국물을 후루룩 들이마셨다. 스팸,고추,김치,돈까스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특별히 국물을 우려낸(이집은 다시다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뎅국을 마시고 빗속으로...

일주일간 매일을 일요일처럼 보냈다. 어제는 자전거타고 스파게티먹고 주말농장 기웃거리고 다시 커피마시고 집에 와서 컴앞에서 멍청히 앉아있다가 친구만나고.... 암걱정 없이 이렇게 노는게 좋긴 한데 좀 뭔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이들처럼 놀기만 할뿐인데 부모한테 징징댈수 있다면 세상 살맛날거 같다. 그 미안함은 뭐지? 중학교 이후로 한번도 일을 쉬어본적이 없어서 백수로 사는게 아직까지도 좀 어색하다.

좀 누워서 뒹굴거려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