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기 (185)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냥 일상 동숙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모처럼 중학교 동창이 모였다. 육계장 먹고 서울로 왔다. 자녀들이 훌쩍 커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자녀교육에 대해 한시간여 침을 튀기며 이야기한다. 난 또 친구들의 조언을 한참 들어야 했다. 가르쳐야 할 것들이 그렇게 많았나? 구상만 하다 말지 모르지만 갑자기 예전에 썼던 글을 소설모티브로 삼고자 한다. 제목은 '순자씨의 바이브레이터' 코믹터치의 사랑의 단상이라고나 할까? 운동권, 선교사, 유부남, 연하 등등의 다양한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재미나게 그리고 싶단 생각이. 마지막 장면은 물론, 바이브레이터를 사러가는 것으로 마무리? 친구 식이에게 전화가 왔다. 10년만에 우린 모인다. 20대 중반시절, 돈이 없어서 늘 종로의 파파이스에서 만났던 우리. 강남의 한 나이트에서 거부당해 찌질하게도 직장인이 간다는 곳으로 가서 어색하게 브루스를 땡기기도 했다. 가장 싼 술집에서 취하기도 전에 부모님께 혼날까봐 일찍 자리를 떴던 우리들. 당시, 시절인연이 엊갈려 어정쩡하게 우정을 지켰던 그친구들은 어떤 모습으로 중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궁금하다. 식이는 일때문에 어느 대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창을 발견했다고 한다. 모일때마다 법전을 줄줄외던 창이는 변호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드만 왠 교수가 됐는지. 도대체 뭐해먹고 살지 한심하기 짝이 없던 식이는 캐나다 유학다녀온 후 국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단다. 채팅하면서 그렇게 날 꼬이더니 오프에서 보자마.. 생각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풋과일들만이 가지에 오래 붙어있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가 깜박 때를 놓치면 그러한 고집과 집착 때문에 썩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익은 것들은 잘 알고 있다. 때를 맞추어 떨어지는 것이 새로운 생명, 새로운 젊음을 얻는 길임을. 가을은 자유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계절이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서. 이별은 변화와 생성을 위한 잠깐의 고통이 따를 뿐 풋사과처럼 굴지 않을 것이다. 나를 버리는건 참 어리석었다. 삶은 오로지 홀로 사는것. 홀로 개척하고 홀로 우는것. 홀로 생각할 수 있는것. '고독'을 아는 자만이 변화와 생성의 비밀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고독을 좋아했던 므! 홀로 굳건하던 므! 겁없이 성자의 나래를 펴던 므! 그 에너지 남았지? 가정과 국가 어설픈 페미. 나에 대한 그의 비판이다. 명절때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나온 말이다. 걸리진 않는다. 그런평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더이상 희생하지 않겠다는 나의 선언과 그의 습속이 부딪힌 결론일 뿐이니까. 가족을 사랑하니까 평화스러운 가정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쯤은 거둬들여야 한다는 보편적 윤리관은 더이상 나를 분노하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사랑을 가장한 억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통치자는 국민을 사랑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유지해야할 사명을 강조한다. 따라서 국민은 개개인이 자유롭고 행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수긍할 수 없다. 평화유지를 위해 시끄럽게 갈등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조림에 고이 잠들어 있는 꽁치도, 번.. 기합 김창완 -내게사랑은 너무써(중2때 눈물흘리며 듣곤했는데 지금 들으니까 왜이리 웃기지?) 두려움을 비켜갈만큼 내적힘이 없다는걸 알았죠. 하지만 상상의 힘은 기합소리와 같아서 짧은 시간에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미리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피하고 도망갈줄 감지했으면서도 미리 두려움을 두려워하고 싶진 않았어요. 닥쳐올 불안함 따위로 현재의 행복을 잡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상상한대로 될 수 있을거란, 혹은 생각한대로 살아질거란 강한 믿음은 기합소리 때문이었을거예요. 기합만 주고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왔군요. 돌보고 보듬고 사랑하며 구력을 키웠어야 했는데, 그저 얍얍 기합만 넣고 살다보니 브레이크가 닳아버렸어요. 도전은 기합으로 가능했지만 지속된 구력은 뼈를 깎는 아픔도 견뎌야 하는 것이었더라구요. 설령 아파.. Radiohead - Creep 지나가야할 것들은 반드시 지나가고, 와야할 것은 오게 되어있다. 별리의 고통을 피하고자 가야할 것들을 지연시키자면 변화와 성숙의 기회를 놓친다. 가고 오는 것들을 기꺼이 맞이하자. 무감하고 싶다. 갑자기 이노래가 생각나서. When you were here before Couldn't look you in the eye You're just like an angel Your skin makes me cry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g special 네가 처음 여기 왔을 때 난 널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어. 넌 정말이지 천사같은 존재야. 네 모습만 봐도 난 눈물이 나와. 넌 그렇게 .. 숙제 버겁게 뒤에 쳐져서 기침하는 토현이를 보는 순간. 난 왜이렇게 빨리 걷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투석받는 5시간 동안 만들기 재료를 사고, 영풍문고를 들리고, 이비인후과를 들릴 예정. 어차피, 오늘 하루종일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좀 천천히 다녀도 될것을 난 왜 그렇게 빨리 걷는겐지. 난 양육을 숙제하둣 해치우는 버릇이 있는것 같다. 양육뿐아니라 집안살림도 마찬가지. 미친듯이 짧은 시간안에 모든것을 후다닥 해버리고 난뒤, 내 시간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러니까 난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빨리걷고 빨리 해치우는데 익숙한 셈이다. '나'를 뺀 모든것은 내게 숙제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양육이 내겐 많은 행복을 줬었는데 말이담. 괜시리 미안한 맘이 든다.설 전까지, 숙제하듯 해치우든, 함께 즐기.. 고덕평생학습관 엄마를 병원에 모셔드리고 나서 투석받는 시간동안 뭘할까 하다가 토현이랑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대출증에 붙인 사진보다 훨씬 늙수그레해진 토현을 보니 참 간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덕평생학습관은 해공도서관과는 다른 뭔가 인간중심의 설계가 눈에 띄는 도서관이다. (노후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는게 흠). 밥만먹으러 도서관 간적도 여러번일만큼 저렴하게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사계절동안 사정없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넓은 중앙홀은 신문게시대가 있고 커피자판기가 있다. 하릴없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열람실 순서를 대기하기도 한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며 뻥뚫린 전망을 보기도 하고, 여름엔 잉어도 볼 수 있다. 요즘은 길고양이 한마리가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토현이가 좋아하는 김치덮밥을 먹..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