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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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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철학 저자 로버트 C. 솔로몬, 캐슬린 M. 히긴스 지음 | 박창호 옮김 출판 이론과실천 펴냄 | 2007.08.10 발간 2009년 4월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책읽기를 강제하고 싶은 맘으로(적어도 나는) 시작한 모임인데 벌써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책을 빌미로 모인 것 같다가, 관계를 빌미로 모인 것 같기도 한 이 모임이 시간이 지나면서 품성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목적이 있는 모임이지만, 길고 긴 뒤풀이를 통해 개인의 역사를 알아가고, 그 개인이 갖는 두려움과 열망을 공유하면서 특유의 성격을 만들어 간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모임은 한마디로 '따로 또 같이'다. 2주에 한번 8시간 정도를 점유하는 관계다. 딱히 친하다고도, 멀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은 개인주의를 사랑하며 개인 차는 있겠으나..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 김경균 옮김 | 추수밭 | 2010.03.04 자극이 없으면 반응도 없다. 소소한 인연까지 따지자면 책과의 인연은 인어공주에서 시작한다. 인어공주의 슬픔에 공감하며 한참을 슬픔에 잠겼었드랬다. 그리고 겉멋 때문에 대학시절 도서관서 많은 책들과 관계맺었었다. 역시 겉멋은 겉멋일 따름. 내게 자극같은 건 없었다. 이후 훌쩍 나이들어, 독서모임을 통해 다시 관계를 시작했다. 두어권이 내게 자극을 줬고 난 반응했다. 그리고 이 책, 다독술이 답이다가 있다. 그동안의 책이 활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관계기술이라고나 할까? 왜 자기개발서를 통해, 우리는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하지 않던가. 그동안의 관계맺는 방식이 얼마나 서툴고 무지했던가. 반성하게 됐다. 책읽고 기록남..
고령화 가족 기다리고 기다리던 천명관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출판됐다. '고령화가족'(문학동네) 영화 '좋지 아니한가', '가족의 탄생' 그리고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가족'의 공통점은? 솔바람에도 나가 떨어질 무능력한 개체가 지구를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병풍이 되어주는 게 '가족'이라는 사실. 그 공동체가 전혀 '즐거운 나의 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혈연이고 나발이고 그저 모였으니 가족이라는 것. 느와르 영화처럼 끈적대는 영상미도 없고, 코믹멜로처럼 달콤하지도 않고, 환타지도 없지만 조리로 걸른 쌀알갱이를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반찬이 있든없든 여튼 저것이 가스위에서 뒤척이다 이내 내 창자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감. 내 기준으로 너무도 완벽한 천명관의 '고래'. 그의 다음작품을 가슴 졸이며 기다..
폭력론 - 이닥 대지의저주받은사람들 식민화한 인간은 ‘순응’과 ‘정신분열’이라는 무서운 지병을 갖게 됩니다. 그것은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중앙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독재, 초고속 경제적 성장의 이면엔 식민화한 의식이 우리폐부 깊숙이 똬리 틀고 있었습니다. 우울한 일이지요. ‘정의’를 이야기 하면 ‘왕따’ 당하는 한국사회의 이러한 병폐는 일제강점기가 남기고 간 표백된 알제리인들(친일파 지식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더욱 고착화했습니다. 정치적 해방이 진정 우리를 탈식민화했다고 말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직까지 원주민으로서의 화끈한 저항을 성공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통해 폭력의 영향과, 정당한 폭력(?)를 통한 국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프란츠파농 지음/ 남경태 옮김/ 그린비 1. 폭력과 비폭력의 경계에 질문을 품다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객관식에 익숙치 않은 이들은 셋 모두를 갖겠다고 과욕을 부릴 테고, 대부분 사람들은 금도끼를 낙점하리라 생각합니다. 도끼는 나무를 베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본래 목적대로라면 쇠도끼로 충분하겠지만, 금은 추후 교환가치를 가진 보물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저는 ‘폭력’은 고를 수 없는 쇠도끼로서의 가치판단에 익숙해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금도끼의 가능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폭력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 자주 써먹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강간현장을 목격하고도 강간범 ‘싸다구’ 한대 날리지 못하는 무기력함의 배후에는 폭력에 대한 부정적 가치가 작용합니다. 어차..
내게 있어 책읽기란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저 | 산책자 |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다가 문득 나에게 있어 책읽기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글자 이전에 언어라는 걸 습득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이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다. 더듬어 본다. 기억에 없다. 책읽기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었던 당시, 안타깝게도 난 글을 2학년이 되어서야 깨쳤다. 남들보다 2년가량 유예한 셈이다. 10대의 책읽기는 인어공주부터 시작한다. 학교 후문에는 대백과 사전 한질을 구입하면 망원경이나 지구본을 서비스로 준다며 영업자들이 눈에 띄곤했다. 당시, 나때문에 엄마가 개고생한다는 주위사람들의 세뇌 때문인지 소비욕구를 억압하는데 이력이 난 나로서는 언감생심 책을 질로 사들이는 건 현실성이 없..
동물농장 1984년 동물농장(양장본)(월드북 118) 조지 오웰 | 박지은 | 동서문화사 | 2009.09.09 나와 너 우리 둘 사이에도 권력이 존재한다. 하물며 무리짓기 하는 어떤 종류의 조직에서 권력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질문 하나, 권력은 자발적인가 비자발적인가? 정답은 본능이다. 기껏 돼지 몇마리, 당나귀, 암탉 등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 읽었을 뿐인데 머리가 복잡하다. 규율과 질서는 과연 평등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대관절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과연 노무현의 잘못 때문인가? 외부, 내부의 적은 정말 적으로서의 소양이 충분해서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결의했던 우리의 기억은 매스미디어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영역이었던가? 그건 매스미디어 때문인가, 아니면 ..
남편이 작아졌다 남편이 작아졌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저 | 베가북스/2008 제목은 결혼한 여자 특유의 복수심을 유발한다. 내용은 결혼한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다. 아니,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다. 레옹은 키작은 남자다. 14센티미터나 큰 솔랑주라는 여성과 결혼해서 감히 난쟁이 주제에 매력적인 여성을 차지했다는 주변의 시샘을 한몸에 받고 결혼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를 출산할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키가 줄어드는 레옹은 솔랑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사랑속에서 장난감 병정처럼 살아간다. 작아지는 아빠를 대하는 아들에게선 특유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풍자한 저자의 통통튀는 재기가 느껴진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엔 안주인 솔랑주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