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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그땐 그랬지

- 을왕리 해수욕장. 자살하려고 찾아갔던 그곳을 10년이나 지나서 다시 한번 찾았다. 그때처럼 쓸쓸하지 않다. 삐끼도 많고 횟집도 많다. 1박2일 방영때문인지 사람도 많다. 삐끼들을 피해 벤취에 앉아 잠시 바다를 감상했다. 썰물때여서 바다는 멀리있었다. 삐끼없는 가게가 없어서 결국 숭어회를 스끼다시로 준다는 집에서 먹었다. 평일한낮의 바다는 심심하고 건조했지만 콧바람은 기분좋다. 조개들이 튼실하다.

- 탈시설학교 강의를 맡았다. 무려 5개월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인분들과 소통은 가능할까? 걱정된다. 내가 못알아듣고 추측해서 말해버리면 상처받을텐데. 귀를 활짝열어야한다. 다시 봄이 되면 장애인투쟁에 시끌시끌할 것이고 그들은 활동가로서 자기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강사료가 없을것 같지만 하고 싶어서 한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나 또한 그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고 공부할 수 있으리라.

- 지역일을 하나둘 놓았다. 잠이 잘온다. 그런데 하나둘 꼬물꼬물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구리지역주민교육은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하지 않으련다. 그 교육까지 맡으면 난 다시 긴장하며 일주일을 보낼 것이다. 사색하고 고민하고 쉬엄쉬엄 놀고, 천천히 걷고 싶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싶다. 글을 써서 돈을 벌란다.

- 에세이 청탁이 들어왔다. 분량에 비해 꽤 많은 원고료를 준단다. 오케이.  

- 태화오빠와 통화. 내킨김에 카페에 가려고 하니 오늘은 쉬는날이란다. 모두들 잘살고 있었다. 역시 오빠는 소식통이다. 예전처럼. 지금 그들의 삶이 낯설다. 그들도 나처럼 내가 낯설겠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가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어른이 되는 순간이라고 했던가? 난 이제서야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고있다. 어른이 되었나? 굳은살이 베겼을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카니발 - 그땐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