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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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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제법 센 바람일 불때도 나무 밑둥은 들썩거리지 않는다. 엉덩이가 깊숙히 땅속에 박혀있기 때문. 그러나 맨꼭대기의 나뭇가지들은 회오리바람을 맞은 것처럼 휘청휘청 흔들리기 마련. 왜 이런바람에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수 있는지 가지들은 밑둥을 이해못한다. 밑둥은 이정도면 시원한데 왜이리 흔들리는거야? 라며 이해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태양과 수분을 적절히 배분하고 나누며 성장하는 한몸이다. 무엇때문에 갈등하는가? 구체적으로 나열하다보면 다른사람이 볼까 두려울 정도로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용어로 나 자신의 변화를 읽어내려고 하지만 왠지 명쾌하지 않다.그렇다면, 그것은 형이하학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로 감정이 상해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잘 모른다. 설마 ..
하루살이 여권이 이미 만기됐음을 이제야 발견했다. 인도갔을때 연장했는줄 알았는데 이런, 작년 8월에 이미 만료되다니. 큰일날뻔. 부랴부랴 여권과에 가서 재발급 신청했다. 가까운 사진관서 사진을 찍고 말이지. 코넷 중견교육을 위해 혜화동으로 출발하려는데 강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칼럼 마감인거 아시죠?" 아뿔싸 마감은 내일이 아니었던가. 난 혜화동 사무실에 가서 끄적끄적 적어보냈다. 작필본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시간 남짓에 칼럼을 써버린다는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송고. 날 '마님'이라 부르는 곽가를 어제 만났다. 욕심나는 훈련생이기에 교육훈련과정에 함께 했으면 했지만 그는 이미 맘을 정한것 같았다. 대마왕은 장애인시설장으로 취직해서 더이상 훈련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전해왔다. 바람빠..
꿈에시달리다 버스를 빌려 엄마와 토현이를 태우고 가다가 두 사람을 어느초등학교에 내려주고 나도 내리려는 찰나에 버스는 출발해버렸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내 외침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홀로 누워있는 내 방을 제외한 다른 방에서 갑자기 침입한 건달들에게 사람들이 맞아 죽고 있다. 나만 살아있는 상황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잠에서 깼다. 문득, 허무와 부정으로 똘똘 뭉쳐진 내가 침대에 뒹굴도 있음을 발견했다. 진정 허무라면 홀로 너털 걸음을 걸어야 하는데 옆에 사람들을 쿡쿡 찔러가며 알아달라고 보채는 건 내가봐도 좀 내가 유아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집은 답답했다. 맥없이 누워있어도 심장은 벌렁대고 한숨은 쉴새없이 나온다. 유아독존이던 내가 왜이리 허물어졌는지. 기대하고 아쉬워하고 화..
냉기 - 추위가 싫다. 그렇다고 겨울이 싫은건 아니다. 한없이 졸음이 쏟아지고 모든 관계들이 귀찮아진다. 뭐니뭐니해도 추울땐 목욕탕이 최고다. 역시나 아이들 노는 소리와 아줌마들 떠드는 소리때문에 목욕탕은 소음천지다. 내가 목욕탕주인이라면 일단, 성인용과 아동용 탕을 구분한다. 아동용탕에는 보육사를 고용하여 아이들을 돌본다. 방음철저, 탕을 무조건 넓게 수영장처럼 만든다. 성인용은 방수오디오시스템을 만든다. 한켠에 바가 있어서 가볍게 와인한잔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제3세계음악이나 이지리스닝류의 음악을 틀어서 몸과마음을 릴렉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천탕도 반드시 구비. 그안에서의 모든 여가는 발가벗고 이뤄져야한다. 가운 등은 금지. 건조한 방이 있어서 PC와 문구류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그곳서 작필할 ..
송년 무감하고픈 송년이다. 그럼에도 한 해를 보내면 통과의례처럼 관계를 점검하곤 한다. 로드에게 연락이 왔다. 왜 활동을 접냐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했다. 그는 문화부 영화담담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를 실컷봐서 좋겠다고 하니까 답답하다고 한다. 정치사회에 관심많은 그가 MB의 만행을 불구경하듯 하고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 처지가 쉽지 않을듯 하다. 누구에겐 마냥 부러운 자리가 누구에게는 마냥 답답한가보다. '시내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한번 보잔다. 시내라... 강동은 시내가 아닌가? 꼽사리껴서 영화나 볼까 하다가 말았다.날도 추운데 덜컥덜컥 사람 만나기가 귀찮다. 식이랑 두더지에게 연락이 왔다. 셋이 보잔다. 애는 꼭 떼어놓고 오라는 녀석. 작년엔가 인사동에서 만났을때 낯선 아이와 어색해하더니, ..
쿠바음악과 남한산성 Chan Chan "BuenaVistaSocialClub" LoopstationCover 어둠이 걷히니 눈이 따갑다. 억지로 끄집어낸 몸을 차에 싣고 액셀을 밟았다. 운전에 점점 정이든다. 네비가 없어도 암기된 길을 따라 핸들이 가볍게 돌아간다. 남한산성을 비켜 국도 45번을 따라 용인으로 가는길. 백밀러 뒷편에 중부면 산성리 간판이 또렷하게 보인다. 한때 가슴을 후벼파던 가요가 따가운 햇살을 흐트러뜨린다. 아, 찌질하다. 구질구질한 노래가사로 인해 짜증유발. 주파수를 바꾸니 라디오에서 쿠바재즈가 울린다.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캬아.살것 같다. 콩가, 퍼커션의 경쾌한 리듬이 속삭인다. ' 흑인의 '한'도 별것 아냐'. 나의 짧고 깊었던 시름을 가뿐히 비웃는다. 해금의 절절함으로 비교할 수 없는 초연한 ..
일,사랑,효도 일은 일이고 사랑은 사랑이고 효도는 효도다. 12월, 고민은 깊고 짧다. 1. 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마무리) - 지역을 변화하는 네트워커 양성프로그램 보고서 작성(결산, 책자, 사진, 명단 정리) - 갈등관리, 조직의사소통, 지역사회비전개발전략 파워포인트 교재준비 - 군포지역 사회복지사 교육 훈련종합 및 마무리(보고서 작성) - 16기 중견조직가 교육훈련진행(교재 및 훈련생 현장방문) - 위례지역복지센터 사무국 활동가 업무점검 매주 월요일(1월까지) - 위례시민연대 2008년 결산 마무리 - 1월 중 작업실 알아봄(어린이대공원후문쪽, 건대입구쪽) - 아티스트웨이 모임 진행(6주 남음) -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실업급여 수급 2. 효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자, 솔직히 말하면 나도 살고 싶다. 어차피 닥..
잠을깨다 눈뜨면 아침이던 내가 새벽잠을 걷었다. 몇시간이 100일같다. 왜이리 길던지, 책읽다가 샤워도 했다. 밥도했다. 그래도 날은 밝지 않는다.새벽잠은 푹 자야 보약이라는 말. 실감난다. 잡념이 몸을 흔드니 불면은 건강에 나쁠수 밖에.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 기침하는 토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 맘상한 그. 머리속이 회오리친다. 마른바닥을 뒤척이니 등뼈가 쑤신다. 버거운 요며칠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어젯밤 송년회는 장례식장 같았다. 같은 처지에서 고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과 홍. 그리고 나. 눈치는 챗겠지만 어두운 분위기에서 혼자 허공을 가르며 열심히 떠들던 미. 난 소음이 힘들어 돌아섰다. 그리고 티앤셀러드에서 맥주 한병을 마셨다. 썰렁한 좁은 공간에서 맥주는 빨리 넘어가지도 않았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