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교양욕구가 넘친다. 넘친다는 건 모자란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교양과 상식이 모자라서 슬픈짐승이 바로 나다. 지적욕구는 많이 들어봤을지라도 교양욕구는 친숙한 용어가 아니리라. 고백하자면 난 교양욕구가 지적욕구를 앞선다. 모르는건 죄가 아니라는 인식때문에 몰라도 당당하게 살아왔다. 아는 사람에게 묻거나 혹은 책을 뒤지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양은 쉽게 배울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게 여간 쪽팔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양이라는게 리버럴의 한국판용어이지만 내가 말하는 교양은 원초적인 기본적인 상식수준을 뜻한다. 엄격히 말하면 상식욕구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전학을 갔다. 지진아로 저학년을 보낸 나로서는 학교시스템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터였는데 서울에 비해 지방이 점수가 낮은 관계로 첫시험 결과가 나오자 마자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물었다. "이번에는 평균 84점인데 다음달에는 몇점을 맞을 계획인가?" 나는 평균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혹시 평균은 낮을 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70점이요"라고 답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웃었다. 그리고 칭찬을 들었다.
"전학와서 모든게 낯설텐데 이런 농담까지 하는걸 보니 참 여유가 있는 학생이로구만" 난 당황스러웠다. 여지껏 평균이라는 말을 누구한테도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대는 어떤가.중2때 시작한 첫 출혈을 감축하며 옷장에 꽁꽁 숨겨두웠던 생리대를 꺼냈다. 접착면이 있는 쪽을 팬티 바깥쪽에 붙였다. 결국 생리혈로 팬티는 축축히 젖었고 나는 반나절 고민했다. 도대체 어디에 접착해야 생리를 고스란히 받아낼 것인가? 누구도 팬티안에다 붙이라는 말을 해준적도 없고, 하다못해 설명서에도 없지 않은가?
얼마전, 친구와 안동국시를 먹었다. 찬바람을 가르며 먼길까지 찾아간 그곳의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난 밀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전했다. "밀이 말이지 그 누구더라 점자로 끝나는 사람이 붓통에다가 숨겨와서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다가 외국으로 전파되어서 결국 지금 수입하는 밀은 애초에 우리나라 밀이였다지" 한참을 곰곰히 듣던 친구는 "그거 목화아녔어? 문익점이 붓통에 담아가지고 온거 말이지". 어쩐지 내말이 너무 길어진다 싶었다. 전하고 싶었던건 수입밀의 원조가 우리나라 밀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왠 목화와 헷갈려서리.
여러가지 정보를 각각의 서랍장에 잘 보관해서 꺼내놓아야 하는데 뒤엉켜서 말도안되는 말을 지껄인 셈이다. 겸연쩍다못해 국수를 찬물에 말아 원샷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뿐인가. 몇년전 후배활동가가 폭신폭신하고 예쁜 곰돌이 북다트를 선물해줬었다. 처음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책갈피란다. 그냥 책갈피라고 하면 될것이지. 그리고 몇년후 친구가 나무북다트를 선물했다. 잠시 공황상태. 이 콩알만한 곰돌이 인형을 어떻게 하라는거지? 휴대폰걸이인가? 의아해하던차에 북다트란다. 북다트... 그게 뭐더라. 이내 책에 꽂아주는 걸 보고서야 아항 그거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얼마전 북다트 틴케이스를 친구가 보여주었다. 나는 사탕케이스인줄 알고 열어보자고 했다. "북다트잖아" 잠시 공황상태. 그게 뭐더라. 내가 갖고 있는 책에 있다고 하는데 나는 책을 한참 둘러보았다. 틴케이스를 열어보고서야 책갈피인줄 알아차렸다.독서하면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좋아라하는 내가 북다트를 모른다면 이해하겠는가. 명함이나, 달력찢은거 혹은 볼펜, 혹은 아무종이나 책갈피로 쓰는 나로서는 정말 낯선이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었나? 쩝쩝 소리내며 먹거나 밥알을 박박긁어 먹는 행위에 대해 몹시 야단맞은 적이 있다. 지금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이다. 입을 앙다물고 오물오물 먹어야 하거나 그릇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으면 안된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교양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마 그날 야단맞지 않았음 소개팅자리에서 누구랑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진상으로 찍혔을 것이다.
나열하자면 반나절도 모자라다. 사탕케이스를 열거나, 샴푸뚜껑을 열거나, 나사를 조이거나, 필통을 열고 닫는것. 컴퓨터는 정말이지 자판을 치고있는 이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직장 입사초기, 복사기와 팩시밀리 작동법을 몰라서 땀을 빼고 있다가 국장한테 쫓겨난 적도 있었다. 난 눈물을 훔치며 이를 갈았다. "복사기와 팩시밀리를 정복하겠다"고
사무기기를 작동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유난히 친절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후추뚜껑안의 은박지를 제거하지 않고 후추통이 잘못됐다고 씩씩대는것은 내가봐도 내가 지겨울정도다. 다소 여러기능이 있는 샤프는 심을 구경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조작이 필요하다. 아니 대부분은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처음산 가전기기를 작동하는 건 고난위다. 설명서는 무용지물이다. 내가 스스로 이렇게 저렇게 해봐야 아는데 이것도 반나절이 걸린다. 얼마전 호흡곤란이라는 산악회에서 준 수저포크분리형 맥가이버칼을 친구 두명이 분리조작하는걸 보고 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악산 가서 수저포크를 분리하지 못해 합체한 채로 밥을 퍼먹었다. 퍼먹다보니 갑자기 분리돼서 땅바닥으로 떨어진는게 아니겠는가. 역시 편했다. 그러나 합체하느라 반나절이 걸렸다.
퍼즐은 아예 접은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니까 결국 어렸을때부터 포기했다는 말씀이다. 바비인형 옷은 잘도 만들어입혔지만 조립인형은 본드만 손에 묻히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큐브는 아예 만지지도 않는다. 고무줄, 공기놀이는 달인수준이면서 보드나, 카드,고스톱은 아예 설명해주는 사람 입이 아플정도다. 그렇게 어려운걸 사람들은 어떻게 지적저항도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놀이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영어로 말하자면 가히 코메디 수준이다. 남들이 대화에 섞어서 말하는 그러니까 외국어 수준도 아니고 아예 국어화한 외래어조차 그 의미를 몰라서 나중에 외워뒀다가 네이버검색창을 여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철판이 두꺼워져서 그자리에서 즉석해서 물어보지만 말이다.
사실 이글을 쓰려고 했던 건 황토방의 수학문제 때문이다. 고작 초등 3학년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틀렸다. 나눗셈이었는데 서술형 문제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오답노트를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똑똑한 엄마를 뒀다는 토방의 믿음을 산산조각 내버린 셈이다. 얼렁 엄마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고자 '꽃보다 남자'를 틀어주고 둘이 낄낄 거리며 마지막 장면을 감상했다. 역시나 만화는 만화책으로 봐야한다. 영상으로 옮겨놓으니 역겹다.
내 뇌는 순두부인가? 도무지 지식과 교양으로 주름을 형성하지 못하고 퍼져있나보다. 남들이 쉽다고 하는건 정말 모르고 어렵다고 하는건 또 잘 할때가 있다.(뭐 그닥 그 종류가 많진 않다)
내 무식의 심연이 어디까지일까?
초등학교 4학년때 전학을 갔다. 지진아로 저학년을 보낸 나로서는 학교시스템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터였는데 서울에 비해 지방이 점수가 낮은 관계로 첫시험 결과가 나오자 마자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물었다. "이번에는 평균 84점인데 다음달에는 몇점을 맞을 계획인가?" 나는 평균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혹시 평균은 낮을 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70점이요"라고 답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웃었다. 그리고 칭찬을 들었다.
"전학와서 모든게 낯설텐데 이런 농담까지 하는걸 보니 참 여유가 있는 학생이로구만" 난 당황스러웠다. 여지껏 평균이라는 말을 누구한테도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대는 어떤가.중2때 시작한 첫 출혈을 감축하며 옷장에 꽁꽁 숨겨두웠던 생리대를 꺼냈다. 접착면이 있는 쪽을 팬티 바깥쪽에 붙였다. 결국 생리혈로 팬티는 축축히 젖었고 나는 반나절 고민했다. 도대체 어디에 접착해야 생리를 고스란히 받아낼 것인가? 누구도 팬티안에다 붙이라는 말을 해준적도 없고, 하다못해 설명서에도 없지 않은가?
얼마전, 친구와 안동국시를 먹었다. 찬바람을 가르며 먼길까지 찾아간 그곳의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난 밀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전했다. "밀이 말이지 그 누구더라 점자로 끝나는 사람이 붓통에다가 숨겨와서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다가 외국으로 전파되어서 결국 지금 수입하는 밀은 애초에 우리나라 밀이였다지" 한참을 곰곰히 듣던 친구는 "그거 목화아녔어? 문익점이 붓통에 담아가지고 온거 말이지". 어쩐지 내말이 너무 길어진다 싶었다. 전하고 싶었던건 수입밀의 원조가 우리나라 밀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왠 목화와 헷갈려서리.
여러가지 정보를 각각의 서랍장에 잘 보관해서 꺼내놓아야 하는데 뒤엉켜서 말도안되는 말을 지껄인 셈이다. 겸연쩍다못해 국수를 찬물에 말아 원샷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뿐인가. 몇년전 후배활동가가 폭신폭신하고 예쁜 곰돌이 북다트를 선물해줬었다. 처음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책갈피란다. 그냥 책갈피라고 하면 될것이지. 그리고 몇년후 친구가 나무북다트를 선물했다. 잠시 공황상태. 이 콩알만한 곰돌이 인형을 어떻게 하라는거지? 휴대폰걸이인가? 의아해하던차에 북다트란다. 북다트... 그게 뭐더라. 이내 책에 꽂아주는 걸 보고서야 아항 그거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얼마전 북다트 틴케이스를 친구가 보여주었다. 나는 사탕케이스인줄 알고 열어보자고 했다. "북다트잖아" 잠시 공황상태. 그게 뭐더라. 내가 갖고 있는 책에 있다고 하는데 나는 책을 한참 둘러보았다. 틴케이스를 열어보고서야 책갈피인줄 알아차렸다.독서하면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좋아라하는 내가 북다트를 모른다면 이해하겠는가. 명함이나, 달력찢은거 혹은 볼펜, 혹은 아무종이나 책갈피로 쓰는 나로서는 정말 낯선이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었나? 쩝쩝 소리내며 먹거나 밥알을 박박긁어 먹는 행위에 대해 몹시 야단맞은 적이 있다. 지금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이다. 입을 앙다물고 오물오물 먹어야 하거나 그릇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으면 안된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교양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마 그날 야단맞지 않았음 소개팅자리에서 누구랑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진상으로 찍혔을 것이다.
나열하자면 반나절도 모자라다. 사탕케이스를 열거나, 샴푸뚜껑을 열거나, 나사를 조이거나, 필통을 열고 닫는것. 컴퓨터는 정말이지 자판을 치고있는 이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직장 입사초기, 복사기와 팩시밀리 작동법을 몰라서 땀을 빼고 있다가 국장한테 쫓겨난 적도 있었다. 난 눈물을 훔치며 이를 갈았다. "복사기와 팩시밀리를 정복하겠다"고
사무기기를 작동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유난히 친절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후추뚜껑안의 은박지를 제거하지 않고 후추통이 잘못됐다고 씩씩대는것은 내가봐도 내가 지겨울정도다. 다소 여러기능이 있는 샤프는 심을 구경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조작이 필요하다. 아니 대부분은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처음산 가전기기를 작동하는 건 고난위다. 설명서는 무용지물이다. 내가 스스로 이렇게 저렇게 해봐야 아는데 이것도 반나절이 걸린다. 얼마전 호흡곤란이라는 산악회에서 준 수저포크분리형 맥가이버칼을 친구 두명이 분리조작하는걸 보고 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악산 가서 수저포크를 분리하지 못해 합체한 채로 밥을 퍼먹었다. 퍼먹다보니 갑자기 분리돼서 땅바닥으로 떨어진는게 아니겠는가. 역시 편했다. 그러나 합체하느라 반나절이 걸렸다.
퍼즐은 아예 접은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니까 결국 어렸을때부터 포기했다는 말씀이다. 바비인형 옷은 잘도 만들어입혔지만 조립인형은 본드만 손에 묻히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큐브는 아예 만지지도 않는다. 고무줄, 공기놀이는 달인수준이면서 보드나, 카드,고스톱은 아예 설명해주는 사람 입이 아플정도다. 그렇게 어려운걸 사람들은 어떻게 지적저항도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놀이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영어로 말하자면 가히 코메디 수준이다. 남들이 대화에 섞어서 말하는 그러니까 외국어 수준도 아니고 아예 국어화한 외래어조차 그 의미를 몰라서 나중에 외워뒀다가 네이버검색창을 여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철판이 두꺼워져서 그자리에서 즉석해서 물어보지만 말이다.
사실 이글을 쓰려고 했던 건 황토방의 수학문제 때문이다. 고작 초등 3학년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틀렸다. 나눗셈이었는데 서술형 문제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오답노트를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똑똑한 엄마를 뒀다는 토방의 믿음을 산산조각 내버린 셈이다. 얼렁 엄마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고자 '꽃보다 남자'를 틀어주고 둘이 낄낄 거리며 마지막 장면을 감상했다. 역시나 만화는 만화책으로 봐야한다. 영상으로 옮겨놓으니 역겹다.
내 뇌는 순두부인가? 도무지 지식과 교양으로 주름을 형성하지 못하고 퍼져있나보다. 남들이 쉽다고 하는건 정말 모르고 어렵다고 하는건 또 잘 할때가 있다.(뭐 그닥 그 종류가 많진 않다)
내 무식의 심연이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