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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의 만화와 한권의 책 - 삼봉이발소/2008/소담출판사/하일권 외모지상주의를 고발한 듯한 만화 외모바이러스에걸리면 그동안 자존감이 낮아 빌빌대던 인물들이 아귀로 변하여 무시했던 인간들을 마구 공격한다. 그때 나타난 김삼봉씨. 커다란 가위로 가슴을 뚫고 몇가지 낮간지런 대사를 주고받은뒤 치유한다. 고양이인간 믹스의등장과 주인공 박장미. 여기까지 카피의 글은 아주 매혹적이고 기대감에 부푼다. 읽어보면 이게 전부다. 만화란 이래서 참 편한가? 그림과 스토리가 모두 좋기가 어렵나보다. 모티브는 좋은데 스토리는 정말 허접하다. 에효... 저자 하씨가 이제 대학생인걸 뭐.. 그림은 만화가에게 스토리는 스토리작가에게 제발 처방을.... 비닐을 벗기고픈 욕구를 꾹 눌러주고 두권이나 홀라당 사버렸는뎅, 이를 어쩐다. 정말 돈이 좀 아까운데...
더위먹다 속이 울렁거린다. 만사가 귀찮다. 선풍기 팬은 왜 헛헛한 바람만 내품는지, 확 던져버리고 싶다. 밥맛도 없다. 땀나는 시체놀이가 당췌 말이된단 말인가. 더위먹은거 맞다. 새벽 5시도 안된 시각. 한강은 하나둘 운동하는 인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지런들 하셔. 계획한건 아니지만 하루 두번에 걸쳐 광나루를 방문했다. 동해도 아닌데 일출보는기분. 먼저 귀가하신 룸메이트께서 문을 잠그고 잠이들어 인근 편의점서 아침을 맞이했다. 제발 아는사람 만나지 않기를... 가스관 타는 아슬아슬한 영화한편 찍을뻔 했다. 두시간여 기다린끝에 문을 열어준 룸메이트는 심각하게 한마디 한다. "그 녀석 게이인거 같아" 흡사, 느끼한 사장에게 손목잡힌 부끄런 사환처럼 룸메이트는 큰눈을 꿈뻑거리며 어렵게 말을 잇는다. "나보고 남자..
기형도의 애인 짧은여행의 기록을 다시 펼쳤다. 29살의 나이에 아깝게 타계한 그의 글을 질투했고 심지어 난 그의 기록을 다시 읽으며 스쳐간 여인의 한사람으로 그와의 연애를 상상하려고 했다. 95년도에 그의 기록을 읽었고 13년후에 다시 펼쳤다. 관념적인 그의 언어가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이들지 않았고 난 나이들었기 때문일까? 도무지 그와의 연애가 상상되지 않는다. 난, 음울한 그와 아픈 연애를 상상했고 멋진 연애소설 한편 쓸 작정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치기어린 29살 청년이 폼잡고 있는듯한 느낌. 난 그에게 한마디 날리고픈 욕구가 생겼다. "지랄하네..." 흠... 결국 난 시뮬레이션을 멈췄다. 연애소설도 멈췄다.
장수행 우체통에 두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박성호, 조병철. 남자 둘이서 또하나의 가족을 구성했다. 성호형은 아내의 일을 돕기위해 서울서 있고 병철이형은 장수를 지키고 있다. 그간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명아주며, 인진쑥이 허리까지 자라, 어느게 먹을것이고 어느게 잡풀인지 구분안간다. 옻나무를 구해 미리 삶아놓고 닭 두마리를 손질해놓은 병철이형. 지난 촛불집회때 청진동해장국집서 잠깐의 눈인사만 건넨것이 내내 미안했는데 장수행이 실현되서 다행이다. 델마와루이스여행의 일환으로 갔으나 옻닭에 눈독들인 황선배가 동행했다. 다행이다. 난 내내 감기몸살로 병철이형과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철이형과 황선배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와 함께사는 사람이라고 병철이형은 10살이나 어린 황선..
쨍하다 다양한 휴먼네트워크(또라이중심)를 자랑하던 나도 매번 관계를 시작할땐 더듬거린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탐색을 마치고 신뢰를 형성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요며칠을 또 더듬거렸다. 그리고 정리했다. 자연스러운거겠거니 했다. 걸리적거리는 걸림돌이며, 구덩이며 잘 피해가려면 더듬이를 확 곤두세울수밖에... 난, 잘해낼거라 믿었다. 부자연스럽게 안그런척하지 않고 더듬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것도 그리고 믿었던 만큼 쿨해졌다는것도 그래서 맹목적인 환타지로부터 벗어나 눈꼽만큼일지언정 신뢰라는 알갱이를 모아갈수 있다는 것도 마돈나, 넌 단순한거니? 아니면 정말 관계의 달인이니? 푹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쨍하다. 갠지즈강에서 노젖는 아이와 청년 그들은 이배, 저배를 갈아타며 호흡을 맞춰 노를 저었다. 어리..
현실은 날카롭다 손톱을 길렀다. 매니큐어를 칠했다. 몇벌의 옷을 구입했다. 렌즈를 끼고 화장도 했다. 주변사람을 소외시켰다. 자주 핵심을 잃는 내게 언니는 "너답지 않다"고 말했다. 세상은 나를 중심에 두고 공전했다. 내가 믿고싶은대로 믿을때 참 예뻤다. 그리고 손톱을 잘랐다. 설거지하기 편했다. 신용카드 영수증이 날라왔다. 옷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렌즈는 아프다. 그냥 안경을 쓰기로 했다. 내옆에 누가 있었더라. 이름을 불러본다. 미안했다. 세상은 각자 자전하고 있었다. 내가 믿고 있던 사실이 거짓임을 알았을때. 난 쓰게 웃었다. 그녀는 말했다. 자기애가 강해서 다시 시작하기 두렵다고. 난, 후회하기 싫어서 시작했는데 짧은 단편이 되고 마는건가. 단편도 기승전결이 있기마련이지만 말이다. 현실은 참 날카롭다.
속시원한 노래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Time goes by so slowly 시간은 너무 천천히 흘러가지 Every little thing that you say or do 네가 말하는 그 모든 사소한 말들에 나는 I'm hung up 질렸어 I'm hung up on you 더이상 너하곤 볼 일 없어 Waiting for your call 네 전화를 기다렸던 Baby night and day 밤낮을 생각하면 I'm fed up 진절머리가 나 I'm tired of waiting on you 난 너를 기다리는데 지쳤어 Time goes ..
질투는 나의 힘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난 유일하게 기형도의 시만 읽는다. 문학과지성사 80번 책. 한때 그를 사랑했고 그 쓸쓸함을 나누고 싶었으나 동시대를 살지 못했다. 여러권을 샀으나 책장에 없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