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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더위먹다

속이 울렁거린다.
만사가 귀찮다.
선풍기 팬은 왜 헛헛한 바람만 내품는지, 확 던져버리고 싶다.
밥맛도 없다. 땀나는 시체놀이가 당췌 말이된단 말인가.
더위먹은거 맞다.

새벽 5시도 안된 시각.
한강은 하나둘 운동하는 인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지런들 하셔.
계획한건 아니지만 하루 두번에 걸쳐 광나루를 방문했다.
동해도 아닌데 일출보는기분.

먼저 귀가하신 룸메이트께서 문을 잠그고 잠이들어
인근 편의점서 아침을 맞이했다. 제발 아는사람 만나지 않기를...
가스관 타는 아슬아슬한 영화한편 찍을뻔 했다.

두시간여 기다린끝에 문을 열어준
룸메이트는 심각하게 한마디 한다.
"그 녀석 게이인거 같아"
흡사, 느끼한 사장에게 손목잡힌 부끄런 사환처럼
룸메이트는 큰눈을 꿈뻑거리며 어렵게 말을 잇는다.
"나보고 남자로 관심을 가져달라는거 있지"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확고한 오해가 더 재밌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집문이 열리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5분전 나는 어디로 가고
부끄런 사환의 목소리에 웃음만 나올뿐.

더위먹어서 그런가?
엉뚱한 사건의 연속
엉뚱한 오해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