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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화이트데이때 고작 학알 다섯개를 선물받았다. 예쁜병속에 학알과 사탕이 수북히 담긴 선물이었으나 남친의 친구들이 체육시간에 체육복 갈아입으며 발견, 서로 뺏고 빼앗기는 가운데 병은 작살나고 사탕은 그놈들 입에서 녹아버렸다. 나는 사랑고백을 받으며 꽃송이 없는 장미꽃가지를 선물받았다. 가을이 앞서보낸 부슬비 사이를 뚫고 장미꽃을 산 마초는 쑥쓰러움을 이기지 못해 그만 마구 달렸던 것. 정작 장미꽃봉오리는 떨어져 길을 나뒹굴고 달랑, 모가지없는 꽃가지만 내앞에 내밀었다. 나는 생일날, 비닐봉다리를 선물받았다. 예쁜 선물상자는 고사하고 리본도 없는 비닐봉다리 안, 다행히 모가지없는 꽃도 아니요, 학알도 아닌 엠피뚜리가 들어있었다. 이어폰줄을 몸에 휘감고 있는 귀여운 녀석은 봉다리속에서 뻘쭘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시작 가평 민박산에 다녀왔다. 1318준비팀 워크샵 친정오라버니같은 사장님은 자그마하고 단아한 피앙새와 함께였다. 시누이소개하듯 도착하자마자 인사를시켜준다.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특유의 생기가 느껴진다. 부디, 예쁜사랑 하기를 출판영업자들과 만나서 연재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워낙 잘하는것과 상관없이 들이대는데 일가견이 있는 단무지로서 함 써보기로 했다. 부디, 남이 읽어서 재미난 소설이 탄생하기를 동안28세 만들기 프로젝트 밥량, 그러니까 탄수화물섭취를 줄이고 술은마시되 안주는 천천히. 훌라후프로 순두부를 탱탱하게 만들고 가끔 풋샵으로 늘어진 팔뚝살을 조인다. 적립식 DNA를 무소유 DNA로 전환한다. 부디, 30대의 눈물나는 발악이 성공하기를
#2 천호동 골목의 색바랜 무당깃발 그아래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늙은 여자어르신. 그 옆을 지나는 중년의 나. 그녀들도 한때는 이런 평탄을 깰 정도의 사랑을 해보았을까. 저 깃발아래 앉아서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면서 어디로 어느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을 느끼는 걸까. 나만 보면 안아달라고 팔짝이는 복남이. 한참을 안고 털을 쓸어주었다. 살짝 고개를 내 팔뚝에 기대어 안도감을 느끼는 복남이가 처량하다. 누군가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복남이는 시추. 옥탑방에 두고 나왔다. 어느 어미개가 구슬프레 운다. 혹시 저개의 새끼가 아니었을까? 복남이가 집에 온 이후로 난 자꾸 복남이를 생각한다. 길거리 개도 예사 개로 보이지 않고, 우는 어미개를 보면 복남이를 내가 훔쳐온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상한..
#1 돌아보지 않던 몇년의 세월만큼이나 자개장농위에 수북한 먼지를 발견하니 소름돋는다. 돌보지 않는다는건 지저분한채로 방치한 사랑만큼이나 아찔하고 더러운기분이다. 의자를 올려놓고 팔을 최대한 뻣어 먼지를 쓱 쓸어내렸다. 먼지는 이제 원자가 아니라 두터운 지방만큼이나 덩어리져있었다. 빗자루에 뭔가 걸리는 느낌. 뭘까? 뭉툭하고 묵직한 덩어리가 걸린다. 쓰윽 밀어내니 노트한권이 툭 하고 떨어진다. 대학노트다. 20대 초반 희극도 비극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절망의 에너지가 철철 넘쳤었다. 첫장을 펼치니 진하게 줄이 그어진 문구가 눈에 띈다. "평탄은 행복한 자기상실, 질투는 불행한 자기주장" 어느 철학자가 한 말을 메모한 것일까. 아님 관념적인 사고로 똘똘뭉친 지난날, 뇌리에 스친 멋진멘트가 생각나서 적어놓은 것일..
머리털 간만에 청소. 맥아리없는 머리털들이 슝슝 빠져있다. 손으로 쓸어모으니 인형가발 하나쯤 너끈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루이틀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화장대를 올려다보니 멍하니 먼지낀 직공모발력이 배시시 고개를 쳐든다. 그래 알았다구, 한동안 잊고 산건 청소뿐이 아니었어. 부실한 두피를 가진건 내죄는 아니다. 대머리 아빠와 머리숱없는 엄마를 만났으니 그 유전자를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삶의 태도, 성격, 말투 모든 유전자를 거부해왔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하지만 머리털만큼은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란 놈과 만나 더욱 유전자 빛을 발하던 탈모를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홈쇼핑 자동전화주문을 하고야 말았던 저 모발력. 한의학적으로 머리에 열이 많은 사람이 탈모가 있다고 하지. 결국 머리에 열..
선물 김은 내게 목걸이셋트와 티셔츠를 선물했다. 이는 내게 아주 영한 티셔츠를 선물했다. 정은 내게 책한권을 선물했다. 선물은 줄때 행복하고 받을때 든든하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비틀거리며 집에 도착. 간만에 입맛이 돈다. 삼겹살과 소주. 매번 먹을때마다 감탄이다. 거기에 김치찌게까지 곁들여서 차시간이 임박할때까지 숟가락을 놓지 못했다. 코넷에서 현장조직을 위한 논의를 했다. 난 쪽방노숙자쪽을 지원하기로 했다. 모두들 비닐하우스촌이나 주거운동쪽에 내가 배치되리라고 기대했지만 난 오랜 주거운동의 경험때문인지 애증이 생겨 더이상 주거쪽은 가고싶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 더욱 낮은 곳과 함께하고 싶었다. 테레사처럼 일말의 더러운 자비심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찔리긴 하다. 돌아오는길, 지하철에서 정..
내가꿈꾸는 세상 '증여의공동체' - 펌글 "엄밀히 말하면 ‘증여의 공동체’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한국말 ‘공동체’에 해당하는 영어 ‘community’라는 말은 라틴어 communitas라는 말로부터 왔다. 이 말은 ‘함께’를 뜻하는 접두사 com과 ‘주다’를 뜻하는 munus라는 말이 합성되어 탄생했다. 정치철학자 에스포지토(R. Esposito)는 『코뮤니타스: 공동체의 기원과 운명』이라는 책에서 공동체(community)는 공동의 영역(the communal)에 대한 것으로 ‘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동체는 ‘나 자신의 것’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에스포지토는 코뮤니타스를 구성하는 말 munus를 보다 자세히 분석함으로써 이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명한다. 코뮤니타스를 구성하는 라틴어 munus는..
상처 왼쪽다리에 야구공만한 멍이 들었다. 노래방에서 천이 밀어냈을때 의자에 부딪힌것 같다. 저번엔 발바닥이 아프더니 노래방 갈때마다 상처 하나씩 안고 온다. 사람은 꼭 걸려넘어지는 곳에서 또다시 넘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조금씩 통증을 덜 느낄뿐. 휴가다녀오니 청첩장이 책상에 놓여있다. 여자 a와 남자 b가 결혼한단다. 여자 a. 오랜 인권활동가로서의 내공이 폴폴풍기던 그녀. 몇번 만나지 않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던 그녀와 친구삼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따뜻한 b의 결혼. 내가슴이 다 떨린다. 다른사람의 결혼에 그리 반색하지 않았던 나조차 그둘의 결혼은 아낌없이 축하해주고싶다. 여자 a와 남자 b 모두를 난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a는 재혼이고 남자 b는 초혼이어서 더욱 감흥이 남다르다. 남자 b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