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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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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간만에 청소. 맥아리없는 머리털들이 슝슝 빠져있다. 손으로 쓸어모으니 인형가발 하나쯤 너끈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루이틀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화장대를 올려다보니 멍하니 먼지낀 직공모발력이 배시시 고개를 쳐든다. 그래 알았다구, 한동안 잊고 산건 청소뿐이 아니었어. 부실한 두피를 가진건 내죄는 아니다. 대머리 아빠와 머리숱없는 엄마를 만났으니 그 유전자를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삶의 태도, 성격, 말투 모든 유전자를 거부해왔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하지만 머리털만큼은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란 놈과 만나 더욱 유전자 빛을 발하던 탈모를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홈쇼핑 자동전화주문을 하고야 말았던 저 모발력. 한의학적으로 머리에 열이 많은 사람이 탈모가 있다고 하지. 결국 머리에 열..
선물 김은 내게 목걸이셋트와 티셔츠를 선물했다. 이는 내게 아주 영한 티셔츠를 선물했다. 정은 내게 책한권을 선물했다. 선물은 줄때 행복하고 받을때 든든하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비틀거리며 집에 도착. 간만에 입맛이 돈다. 삼겹살과 소주. 매번 먹을때마다 감탄이다. 거기에 김치찌게까지 곁들여서 차시간이 임박할때까지 숟가락을 놓지 못했다. 코넷에서 현장조직을 위한 논의를 했다. 난 쪽방노숙자쪽을 지원하기로 했다. 모두들 비닐하우스촌이나 주거운동쪽에 내가 배치되리라고 기대했지만 난 오랜 주거운동의 경험때문인지 애증이 생겨 더이상 주거쪽은 가고싶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 더욱 낮은 곳과 함께하고 싶었다. 테레사처럼 일말의 더러운 자비심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찔리긴 하다. 돌아오는길, 지하철에서 정..
상처 왼쪽다리에 야구공만한 멍이 들었다. 노래방에서 천이 밀어냈을때 의자에 부딪힌것 같다. 저번엔 발바닥이 아프더니 노래방 갈때마다 상처 하나씩 안고 온다. 사람은 꼭 걸려넘어지는 곳에서 또다시 넘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조금씩 통증을 덜 느낄뿐. 휴가다녀오니 청첩장이 책상에 놓여있다. 여자 a와 남자 b가 결혼한단다. 여자 a. 오랜 인권활동가로서의 내공이 폴폴풍기던 그녀. 몇번 만나지 않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던 그녀와 친구삼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따뜻한 b의 결혼. 내가슴이 다 떨린다. 다른사람의 결혼에 그리 반색하지 않았던 나조차 그둘의 결혼은 아낌없이 축하해주고싶다. 여자 a와 남자 b 모두를 난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a는 재혼이고 남자 b는 초혼이어서 더욱 감흥이 남다르다. 남자 b는..
더위먹다 속이 울렁거린다. 만사가 귀찮다. 선풍기 팬은 왜 헛헛한 바람만 내품는지, 확 던져버리고 싶다. 밥맛도 없다. 땀나는 시체놀이가 당췌 말이된단 말인가. 더위먹은거 맞다. 새벽 5시도 안된 시각. 한강은 하나둘 운동하는 인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지런들 하셔. 계획한건 아니지만 하루 두번에 걸쳐 광나루를 방문했다. 동해도 아닌데 일출보는기분. 먼저 귀가하신 룸메이트께서 문을 잠그고 잠이들어 인근 편의점서 아침을 맞이했다. 제발 아는사람 만나지 않기를... 가스관 타는 아슬아슬한 영화한편 찍을뻔 했다. 두시간여 기다린끝에 문을 열어준 룸메이트는 심각하게 한마디 한다. "그 녀석 게이인거 같아" 흡사, 느끼한 사장에게 손목잡힌 부끄런 사환처럼 룸메이트는 큰눈을 꿈뻑거리며 어렵게 말을 잇는다. "나보고 남자..
장수행 우체통에 두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박성호, 조병철. 남자 둘이서 또하나의 가족을 구성했다. 성호형은 아내의 일을 돕기위해 서울서 있고 병철이형은 장수를 지키고 있다. 그간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명아주며, 인진쑥이 허리까지 자라, 어느게 먹을것이고 어느게 잡풀인지 구분안간다. 옻나무를 구해 미리 삶아놓고 닭 두마리를 손질해놓은 병철이형. 지난 촛불집회때 청진동해장국집서 잠깐의 눈인사만 건넨것이 내내 미안했는데 장수행이 실현되서 다행이다. 델마와루이스여행의 일환으로 갔으나 옻닭에 눈독들인 황선배가 동행했다. 다행이다. 난 내내 감기몸살로 병철이형과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철이형과 황선배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와 함께사는 사람이라고 병철이형은 10살이나 어린 황선..
오늘하루,희로애락 희 7개월만에 홍콩서 돌아온 두더쥐. 어렵게 시간내서 브런취를 즐기다. 대낮에 와인한잔 곁들인 우리들의수다. 우리가 벌써 11년을 함께 했던가. 하이텔시절 영화하나로 뭉쳤던 찍찍이들,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로 근복적으로 애정이없다. 기대한 우리가 잘못이다. 마돈나, 너 왜 저질렀니. 노원라운딩을 끝내고 1318놀이터 참여교사들이 내게 한 이야기. 10년만에 찾아온 슬럼프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난, 그들에게 있어 이미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었나보다. 나? 그저 "기대하지말라니까, 미안해" 애 나에대한 성토대회가 이어진다. 애정을 바탕으로 한 동료들의 질타는 늘 날 성찰하게 한다. 나를 씹으며 낄낄대는 양반들. 내가 방관하니, 자기들끼리 연구하고 대안을 찾아간다. 그러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울증 조금 행복해지려고 욕심부렸던 나 보란듯이 설거지가 뒹굴고 있다. 곰팡이 피어가는 북어조림과 쉰내나는 보리차.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들. 가방, 널브러진 장난감. 책. 조증일때 보이지 않던 쉰내나는 녀석들이 울증일때 하나둘 눈에 띈다. 퐁퐁도 다떨어졌다. 흠... 나, 잠시 쉬어가라고 릴렉스라고 외치는거지? 너네들? 그래, 알았다. 다 치워주마. 그런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라규.
또 맥주한캔 - 기억을 그칠께요 - 달콤한 나의도시에서 나이가 든다는건 그쳐야할 기억이 늘어난다는것. 난 또 얼마나 많은 기억을 그쳐야 할까. 사랑을 하고 싶지만 그쳐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괜시리 멜랑꼴리해진다. 또 혼자서 맥주한캔을 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