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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머리털

간만에 청소.
맥아리없는 머리털들이 슝슝 빠져있다.
손으로 쓸어모으니 인형가발 하나쯤 너끈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루이틀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화장대를 올려다보니 멍하니 먼지낀 직공모발력이 배시시 고개를 쳐든다.
그래 알았다구, 한동안 잊고 산건 청소뿐이 아니었어.
부실한 두피를 가진건 내죄는 아니다.
대머리 아빠와 머리숱없는 엄마를 만났으니 그 유전자를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삶의 태도, 성격, 말투 모든 유전자를 거부해왔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하지만
머리털만큼은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란 놈과 만나 더욱 유전자 빛을 발하던 탈모를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홈쇼핑 자동전화주문을 하고야 말았던 저 모발력.

한의학적으로
머리에 열이 많은 사람이 탈모가 있다고 하지.
결국 머리에 열이 없는 사람은 숱이 많다는 결론인데.
좀 오버하자면
차가운 이성을 가진자 숱이 많고
뜨거운 감성이 머리끝까지 올라가서 분출하지 못하는자 숱이 없다는 소린가?
결국,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면서, 모발력을 아침저녁으로 바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등등의 노력을 한다면 유전자를 얼마나 거부할 수 있을까.
적어도 미용실에서 "두피가 약하시군요" 숱적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하는
앙큼한 미용사의 말을 듣지는 말아야할 것 아닌가.

미용실에서 난 항상 가능성 많은 고객이다.
두피관리, 탈모방지용품 등등을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
제법 큰 미용실을 가면, 미용사는 내 머리스탈은 신경쓰지 않고
내내 물건을 권유한다. 아주 안타깝다는 듯이.
그렇다면 저기 저쪽 미용사의 머리털은 왜 저모양이냐구.
하기사 피부과가서 상담받을때
담당의사의 머리털이 맥없이 축쳐져서 땀과 뒤섞여 가닥가닥 놀고 있는걸 본다음
난 다시는 탈모때문에 병원문을 여는 일을 없을것이다고 결심했지.

결국, 난 시네드오코너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싶은 욕구가 스멀스멀거린다구.
하지만, 그녀처럼 예쁘지도 그녀처럼 예술가도 아닌데. 머리밀고 다님
자영업자들은 나를 슬슬 피할 것이다. 하다못해 점심먹으러 식당에 가면
"우리 교회믿어요" 하겠지?

흠... 방법을 찾아보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