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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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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경희대학교 서울시민 인문학 강좌 입학식. 성동지역에서 제화공장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비정규직 여성들 30여명이 모였다. 남자형제에 치여 공순이로 살아야했던 할머니. 초등학교때 시인을 꿈꿨으나 가난해서 서울로 상경한 언니들. 아이기르다보니 꿈을 잃고 살아온 아줌마. 그리고 순하디순한 눈빛으로 마이크앞에서 절절떠는 청년들. 엄마의 입학식을 축하하러 온 3학년 녀석은 울컥한다. 엄마의 공부가 그 아이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나도 덩달아 울컥한다. 영어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인문학이라니.... 난, 그자리에 특강 강사자격으로 참여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고졸이후 바로 대학에 진입하고 별 의미없이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었던 나. 인문학에 참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학사모 쓰고 졸업식한다는 말에 덜컥 신청..
알겠지? 토현남친은 거의 매일 우리집에 온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치킨커리를 만들어먹었다. 토현남친 상훈이를 데려다 주다가 상훈 엄마를 만나서 막걸리 한잔했다. 언니도 참 아픈 사람이었다. 나도 요즘 많이 가슴이 아픈데 동병상련. 많이 마셨는데도 1만원밖에 안나오는 포장마차. 정말 맘에든다. 그 상처, 상훈이도 알겠지? 측은지심. 지금의 내상처, 토현이도 알겠지? 측은지심. 지금이 지나면 지금의 이상처도 그리웁겠지? 무탈하게 이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내원참 내가 착지한 곳마다 평화로우니 싱거웁다고 웃어넘겼다. 목욕탕을 다녀오니 휴대폰 문자가 난리가 났다. "경복궁앞 폭력경찰 강경진압 현재 시청광장으로 이동중, 대오정비 다시 청와대로" 스프링쿨러 물길에 가슴쓸어내렸는데 역시 물대포는 발사됐고 이름모를 여성은 병원에 실려갔다. 내원참.
방전 새벽 YTN 라디오 인터뷰하다. 강성옥의 출발새아침(참고로, 강동은 난청지역이라 YTN주파수가 잡히지 않음). 가래가 가시지 않는 목소리로 눈감은채 몇마디를 주고받았다. 질문지 순서대로 답변을 준비했는데 진행자 맘대로 묻는다. 옴마! 헷갈리는거. 아침잠이 달아나고 말았다. 잠을 못자면 난, 방전되는뎅. 하기사, 방전 상태로 벌써 2개월째. 다른차가 와서 짹을 꽂지 않는 이상 충전될것 같지 않다. 나의 방전현상. 몸 한구석이 아프다. 스토커처럼 특정지인에게 맥없이 연락한다. 혼자 술을 마신다. 다른사람을 헐뜯는다. 모든 유선연락이 귀찮아진다. 사우나에 자주간다. 거리를 배회한다. 꼴리는 식당에 가서 혼자 식사한다. 물론, 맛모르고 먹는다. 균형감을 잃어간다. 책 교정본도 나왔고 여성성장학교도 시작이고 13..
정신차리는 일은 슬프다 맥주잔에 빠진 강냉이처럼 소주잔에 빠진 상추이파리처럼 푹젖어있었다. 출렁이는 술잔에 일희일비하며 정신차리고 싶지 않아서 마구 달렸다. 그런데, 난 또 함께 일하는 동지들의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인해 건져진다. 풀어진 강냉이가 맛있을리 없건만 내가 뭐그렇지. 얼마나 오래가겠냐 싶었다. 푹 젖는다는거 아무나 하지 못한다. 내가 뭐 그렇지 얼마나 오래가겠냐 싶었다.
나는 너를 구할거야 흙길의 바퀴자국은 빗물이 지우죠. 그가 때린 싸대기 자국은 달걀이 지우고. 김칫국물은 퐁퐁이 지웁니다. 쌩마초랑 사는게힘들까요? 아님 체면을 생각하는 점잖은 마초랑 사는게 힘들까요? 어릴적 꿈이 생각나네요. 북한군인이 나를 쫓아오고 나는 도망가는데 이놈의 다리는 늪에 빠져서 도무지 움직이질 않습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난 총살 일보직전에서 깨어납니다. 누구라도 비난하는 쌩마초랑 사는게 힘들까요? 아님, 진보하시느라 비자발적 안중근의 아내를 만들어버린 고상한 마초랑 사는게 힘들까요? 쌩마초는 경찰이 잡아갑니다. 한대 패버리면 꼼짝없이 재산도 빼앗깁니다. 진보마초는 아무도 안잡아갑니다. 패기는 커녕, 양육권까지 넘겨줍니다. 물론 재산은 말고. 소리지르면 저는 무섭습니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미안하다..
참치회 보양식이 필요하다. 경희언니랑 배터지게 참치회를 먹다. 여행전문카페서 차한잔 하며 여행을 꿈꾼다. 다시 몽골에 가고 싶다. 주먹만한 별. 게르안에서의 수다. 너무 넓어서 지평선이 보이는 말라붙은 초원. 소리지르고 아이처럼 춤을 춰도 아무도 돌아볼 사람없는 그곳. 전생에 유목민이었나? 아님, 몽골전사가 뿌린 씨로부터 나의 조상은 시작되었던 것일까?
안티페스티벌 역사를 만드는 머신 stop history go herstory 책, 성공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남자는 아브라함 링컨이 되고 여자는 외과의사와 결혼하는 책읽는 웨이트레스가 된다. 재미난 꽁트. 그리고 이유명호씨가 함께한 쥬언니들의 공연, 남자가 비처럼 쏟아진다. 우리끼리. 즐긴다. 여전히 생활로 돌아가면 각종 억압속에 묶일줄 알면서도 그냥 박수치고 뛰면서 즐거워했다. 남자가 비처럼 쏟아진다. 유쾌하고 재미난 파티였다. 피우진 대령, 와리따, 최현숙, 그리고 북한여성, 이랜드 노조원. 이효재 김신명숙, 유지나, 변영주, 진선미,공감 등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반가운 일이다. 뒤풀이서 나를 알아보는 이들을 만났다. 맞다, 가평서 교육갔을때 참가했던 여성단체 실무자들. 명강사라고 나를 추어세워준다. 갑자기 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