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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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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가치의 이면 '베풀다' 도울 마음이 생긴다는 건 자신이 도울 능력이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한다는 뜻이다. 재물이나 마음, 기술 등. 무엇이 되었든 나는 타자의 필요를 전달받는 순간 마음을 작동하여 무엇을 내어 놓을 것인가 머리를 굴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필요와 맞아떨어졌을 때 묘한 쾌감을 얻는다. 하지만 거기까지인가. 베품이 종료된 후 보람과 뿌듯함의 근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왜 뿌듯한가. 나는 이모씨의 연락을 받고 만난다. 난 그의 필요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관계망을 동원하여 도움의 길을 열어줄 수 있었다. 그와 커피를 마시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흥분됐다. 이 일이 잘 마무리 된 후에 주변인들은 나의 이런 행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것이며. 그간 나의 외모 혹은 호불호가 강한 스타일 때문에 개인주..
이모작이라... 이정도면 됐다라고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정도'라는 단어 안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책임과,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두려움. 아직도 욕먹지 않으려는 욕심이 내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매번 어느정도 되어야 결단을 내리고 새삶을 살겠다고 결심만 해왔다. 그런데 그 어느정도가 세네번은 지나간 것 같다. 야속하게도 그 때는 매번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런저런 합리화를 통해 모면해왔다. 이젠 더이상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나이들어버렸고. 이젠 이모작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허병섭 선배님은 옳았다. 그냥 떠났고 주변 사람들은 술렁거렸지만. 그는 옳았다. 짧지만 행복해하셨다. 문동환 박사님은 너무 나이드셔버렸고 꿈을 꾸지만 실현하기엔 기운이 없어보인다. 난 문 박사님의 절절한 제안을 들으며 ..
다시 시작 수첩이 얇아졌다. 20년 가까이 메모습관을 유지해왔는데 2년째 날짜만 있는 수첩을 들고 다닌다. 일정만 체크하고 메모는 페북에 했던 것 같다. 슬슬 페북이 갑갑해졌다. 피드백이 고픈 경우, 페북이 좋지만, 그 피드백을 고려해야 하는 글쓰기는 솔직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시작. 마구 질러보는 내 공간. 한참 먼지가 뽀얗게 쌓인 이 공간에 빗질을 좀 하고, 먼지도 털고, 물걸레질도 해서 마구 뒹굴거려야 겠다. 이제서야 나다운 글쓰기, 나다운 생각, 나다운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흔들리지 말고. 부러워도 말고, 질투하지 말고. 다시 '나'는 시작이다. 안녕! 티스토리.
되도록이면 차분하게 남들 다 겪는 일이라 할지라도 내 일로 닥치니 심란하고 우울하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힘들거라 생각하니 미안하고 걱정이다. 되도록이면 차분하게 겪어내야 할텐데. 입술이 바싹 탄다. 나는 밉지 않은데 상대방은 내가 미울까?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맘이 어디 내맘대로 되던가. 상상만 해왔던 낯선 사건이 조금씩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고 돈보다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지. 비록 후회할 지라도. 차분하게 정말 차분하게... 시간의 치유의 힘을 믿으며 준비해야 겠다.
이나모토 에츠조, 야마모토 씨의 방문 아시아 주민운동 리포트 끝이 없는 이야기,제정구기념사업회,2011. 어떤 만남이든 인생의 축을 돌릴 가능성이 숨어있다. 이나모토 씨는 평범한 건축가였다. 인도 뭄바이에서 만난 정일우 신부님 소개로 한국을 방문했다. 여행삼아 온 곳에서 철거촌 주민을 만난다. 불타고 용역에게 쫒기는 주민이 어떻게 웃으며 주민과 지낼 수 있는지 의아했던 경험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빈민촌 기록을 한다. 건축이 그냥 건물디자인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인식과 함께 한국은 물론,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을 방문하면서 A4 7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 보고서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반의 번역작업을 거쳐 기념사업회에서 출판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내가 함께했던 비닐하우스 주..
똑같이 말리고 싶지 않은 김밥같은 휴일 하늘이 가라앉을 것 같은 초겨울 휴일이다. 삼성 홈플러스엔 가족들이 드글거린다. 연대감 없는 다중이 섞여 서로 다른 톤으로 웃는다. 왠지 혼자여서는 안될 것 같은 쇼핑몰에서 홀로 손톱을 다듬는다. 홴지 '혼자'가 죄책감이 들기는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유전자끼리 진짜 사랑을 고백하고 진짜 착한 것처럼 행동한다. 지하철을 홀로 탄다. 비슷하게 늙어가는 여자와 남자. 비슷하게 연애하는 여자와 남자. 포동포동한 아이를 자랑하는 여자와 남자. 그 아이를 귀연듯이 바라보고 찡긋하는 나. 너무 비슷해서 돌아서면 아무 영향도 없는 그들을 보다가 가슴이 덜컥한다. 이렇게 김밥처럼 똑같이 말리고 싶지 않아 고개를 턴다. 차창에 비슷하게 팔자주름을 염려하는 내모습이 끔찍하다. 너무 보편적이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
난 독립적으로 행복한가? '삶은 남의 제스처로는 살아낼 수 없다는 것. 오늘 바로 이순간 우리가 깊이 되새겨야 할 가르침은 바로 이겁니다'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2011.동녘) 연예인의 뒷담화나 스캔들처럼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있을까?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외면하지 못하고 클릭해버리고야 하는 관음증을 어찌하면 좋을까.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거나 현실을 도피하고자 할때 유난히 클릭횟수가 많아지는듯 하다. 사실 난 성적 로망으로서의 천호진, 아들로 삼고 싶은 원빈을 제외하면 그리 연예인에 관심없다. 그 둘도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침을 흘릴뿐 그들의 삶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이쁜 것을 보고 느끼는 자잘한 행복감 정도? 그런데 오늘 이사람, 왠지 부럽다. 나꼼수 열풍 때문인지 김어준 총수의 연애에 ..
김어준과 허지웅 색깔이 다른 깔때기 시사인 214호에 기재된 허지웅 칼럼 '김어준은 모세인가?' 에 대한 비판. 허지웅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나꼼수를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 전국의 젊은이가 나꼼수에 위로받고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지만 그 경고는 유효하다.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해 박원순, 심지어 홍준표까지 김어준은 자신이 인터뷰한 인터뷰이들에 대한 느낌을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과 판단, 직관으로 호불호를 이야기한다. 또한 예언도 마구 던진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예언이 되어 나꼼수 전파를 타고(팟캐스트는 전파가 아닌데 여튼)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난 금요일 꼬박 나꼼수를 기다린다. 주진우 기자의 팩트 말고는 그리 내용에 많은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뉴스가 실리더라고 이렇게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