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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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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늙어버린걸까? 현장교육훈련을 마치고 훈련생들의 평가서를 훑어보니, 문득 파울루 프레이리가 생각났다. 그의 교육학은 각종 사탕같은 칭찬에서 차분해질 것을 주문하는 듯 했다. 과장인줄 알면서 칭찬에 춤추고, 솔직한 줄 알면서 지적에 맘상하는 가벼운 인간일 뿐임을 또 자각한다. 젊음과 늙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달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태어난 지 오래되었다 하여 늙었다 하지 않으며, 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여 젊다 하지 않는다. 사람의 젊고 늙음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는 만큼 젊다. 누군가가 사람들과 세상을 거만하게 무시한다면, 나..
소비근황 모처럼 그분이 오셔서 카드를 마구 긁었다. '마구'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평소 소비 습관 대로라면 술값 이상의 돈을 물건 사는데 쓰지 않았을 터. 익숙치 않아서 왠지 너무 많이 쓴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런데 기분은 너무 좋다. 화장품 서너가지를 사서 간만에 몇가지를 덧발라 본다. 술약속이 잡힐 뻔 했지만 정신차리고 집으로 일찍 들어갔다. 거울앞에 서니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기분? 다른데 돈 안쓰고 화장품에 돈을 쓰는 여인들의 기분이 이 기분인가? 아이폰을 구입했다. 기계치인 나를 테크놀로지 세계로 인도해준 아이폰. 떨어질새라, 뭐 묻을 새라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요녀석. 버벅거리지 않고 온라인의 세계로 인도해주시고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게 만들어준다. 이쁘기까지 하다. 사랑받아 마땅하다. 난 정신차리..
인셉션 내목을 조르는 그를 피해 아이와 함께 피신했다. 테러가 횡행하는 마을의 작은 주택에 숨어있는데 폭탄이 설치됐다는 제보. 나는 아이 손을 잡고 도망가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나보고 먼저 피하란다. 아이는 자신이 데리고 갈테니 먼저가라고 자꾸 떠민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혼자 집밖을 탈출한다. 문밖을 나오고 열발짝이나 떼었을까 굉음과 함께 집이 폭발한다. 남자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절벽밑으로 남자가 굴러떨어진다. 아이는 그남자 품에 안겨있다. 아이는 멀쩡하다. 그런데 남자의 등이 심하게 패였고 하얀 뼈가 드러나 있다. 구조대원들이 남자를 들것에 실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목숨은 붙어있는 것 같은데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다. 구급약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남자..
일 때문에 1. 마주하기 싫었던 선배. 보기 불편한 사람도 만난다. 생각했던 것 보다 나쁘지 않다. 이젠 정말 무관심이 되버린 것 같다. 무관심해지니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서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다. 이 관계, 참 묘하다. 2. 궁금했던 사람.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직성. 간만에 연락이 닿은 그. 문자를 받은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간만에 재밌다. 여유가 있으니 움찔하는 모습조차 귀엽다. "소설쓰지 마세요" 관계는 참 웃긴다. 그를 만나기로 한다. 3. 뜬금없이 맥주한잔한 선배. 친하다고도 친하지 않다고도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도 만난다. 이야기 하는 중간중간 생각이 너무나 비슷해 웃음밖에 안나온다. 우리가 정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왜 예전엔 몰랐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떨다 그만 지하..
반짝반짝 바닥에 납작해져서 넙치처럼 꾸물대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천천히 하강해서 그대로 멈춘지 꽤 오래되었고 이젠 지상의 공기가 어떤 냄새를 품고 있는지,온도는 어느정도인지 조차 가물가물해지고 있었다. 오늘도 여름볕은 따갑고 최대한 속살을 드러낸 내 원피스는 그나마 부는 바람에 찰랑거려 민망한 오후다.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니 새삼스럽다. 혜화동 예쁜 사무실이 마냥 자랑스럽다. 오븟하게 밥을 먹고 친구를 보낸뒤 볕을 잠깐 즐긴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세상이란 무대가 멀어지면서 나 혼자 오똑 서있는 기분이 든다. 이건 뭐지? 그리고 실실 웃음이 나온다. 정녕 미친년이 되어가는가? 모처럼 이런저런 블로그를 기웃거린다. 좋은 글을 검색해보기도 한다. 검색하다 어떤 시를 발견했는데 장마담 카페였다. ..
뭐 재미난일 없을까? 나도 밋밋하고 나와 관계하는 이들도 밋밋해서 재미없었다. 뭐 재미난일 없을까? 궁리하지만 모든게 귀찮아진다. 오우~ 경계해야지. 귀차니즘은 내 사전에 없다. 뭔가 솔솔 재미난 일이 생길듯 하다. 운동도 시작하고, 맛난 것도 먹고, 새로운 만남도 시작하고, 바쁘다 바뻐!
사람을 다시 생각한다 예쁘고 잘생겼다. 소비욕구가 모여 자본에 대한 욕망을 키우고 그것은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원리가 되겠지. 겉모습이 윤기나는 이들에 대한 선망과 동시에 부끄러워해야 하는 아니 진짜 부끄러워하면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될뻔했지만, 저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생각이 바뀐다. 오늘은 지도력 교육훈련을 받게 될 분들을 인터뷰 했다. 기계적인 친절함으로 어색함을 달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편해진다. 키스를 책으로 배운 사람처럼 제깐에는 읽었다는 책들을 인용해가며 씨부렸던 가난과 주민조직에 대한 설을 풀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삶으로 사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척만 한건 아닌지. 배려,동정,이타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키워드로 자리잡고 소비,욕망,성상품화가 욕망에 충실한 솔직함으로 인정해왔던것은 아닌지. 가치가 생활..
착각 나만 진심일거라는 착각 상대방은 나를 알아줄거라는 착각 말은 안하지만 서로 통할거라는 착각 다른사람은 몰라도 나만이 그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착각 나만, 열심히 한다는 착각 나만, 진중하게 군다는 착각 나만, 내공이 있다는 착각 나만, 알고 있다는 착각 나를 알아줄거라는 착각 나를 좋아하지 않고는 못배길거라는 착각 나를 언젠간 그리워 할거라는 착각 나를 필요로 할거라는 착각 이런, 저런 착각을 본다. 타인에게서 너무 잘보인다. 프린스와 프린세스들. 웃긴건, 나 또한 이러한 착각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다는 거. 갑자기, 싸해진다. 시니컬, 그분이 내 맘속에 착지하셨다. 당분간 금주와 자중, 독서와 생각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