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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

고령화 가족


기다리고 기다리던 천명관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출판됐다. '고령화가족'(문학동네)

영화 '좋지 아니한가', '가족의 탄생' 그리고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가족'의 공통점은?
솔바람에도 나가  떨어질 무능력한 개체가 지구를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병풍이 되어주는 게 '가족'이라는 사실.
그 공동체가 전혀 '즐거운 나의 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혈연이고 나발이고 그저 모였으니 가족이라는 것.

느와르 영화처럼 끈적대는 영상미도 없고, 코믹멜로처럼 달콤하지도 않고, 환타지도 없지만
조리로 걸른 쌀알갱이를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반찬이 있든없든 여튼 저것이 가스위에서 뒤척이다 이내 내 창자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감. 

내 기준으로 너무도 완벽한 천명관의 '고래'. 그의 다음작품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왔다. 고래만한 작품을 쓰지 못하고 그냥 자살해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 작가 스스로, 그리고 독자인 나도 두번째 작품에 대해 너무 실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아마 작가도 그러지 않았을까?
너무 다듬고 다듬어서 진을 다 뽑아 만든 작품을 본 후, 아예 다음 작품은 읽어보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질러버렸고, 난 읽고야 말았다.

재밌다. 해피엔딩도 좋다. 나도 고령화되다 보니, 열린결말, 슬픈 결말 뭐 그런게 다 지긋지긋해진다.
그냥 좀 억지로라도 해피했으면 하는 바람? 아마 나이 들면서  해피엔딩이란 관념일 뿐이라는 걸 체득해가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고령화가족'은 결말만 환타지다. 

니미럴~ 라식 때문에 독서를 자제해야 하는뎅, 펼친김에 다 읽어버렸으니. 수술부작용 생기면 천명관이 책임져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