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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

남편이 작아졌다

남편이 작아졌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베가북스/2008




 



제목은 결혼한 여자 특유의 복수심을 유발한다.
내용은 결혼한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다.
아니,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다.

레옹은 키작은 남자다. 14센티미터나 큰 솔랑주라는 여성과 결혼해서 감히 난쟁이 주제에 매력적인 여성을 차지했다는 주변의 시샘을 한몸에 받고 결혼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를 출산할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키가 줄어드는 레옹은 솔랑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사랑속에서 장난감 병정처럼 살아간다.

작아지는 아빠를 대하는 아들에게선 특유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풍자한 저자의 통통튀는 재기가 느껴진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엔 안주인 솔랑주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랑으로 감동받는 순간이 있었으나, 브리크네르에게 속은걸 알았다. 그럼 그렇지. 사랑의 힘으로 사랑을 극복하려했으나 그것은 바로 사랑이 아니라 레옹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거부해왔던 것임을 작자는 솔랑주의 입을 통해 밝힌다.

뿐인가. 가족의 해체가 이뤄지고 나서야 비로소 레옹이 정상키로 돌아온다는 설정이야말로 브리크네르답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은 해피엔딩.

무슨일이 있어도 다시는 키작은 남편이 되지 않으리라.

모처럼 재미나고 유쾌한 소설을 발견했다. 이 책으로 인해 당분간은 소설읽기가 시작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