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살기

(185)
도서실 뭔가를 준비중인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 뭔가가 되면 이곳을 오기가 쉽지 않겠지? 누군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면 이 순간이 얼마나 재미날까? 그럴려면 누군가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서 학생이라는 신분을 갖는 방법 밖에는 없겠지? 아흐. 끔찍해. 공모전에 당선되면 상금을 어디다 쓰지? 우선, 여행가고, 연주 뮤지컬 보여주기로 한 약속 지키고, 코넷에 좀 기부하고 토현이 책상 바꿔주고, 나, 면상 대폭 수정 들어가주시고... 아흠. 돈이 부족해. 두군데 모두 당선되면 어느것을 포기할까? 당선이 안되면 다시 다듬어서 어디다 낼까? 이렇게 준비만 하다가 도서실 죽순이 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 하는데 무려 몇시간을 소비한 오늘.
최규석, 그사람 참. 곰팡이도 꽃처럼 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냄새나서 얼른 털어버리고 빡빡 씻어내야 할 것 같은 가난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자면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다'로 일갈할 수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가 말이다. 가난을 처절하게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 말이 서걱거릴 수 있다. 얼마전 아카데미 수료식날, 동료들은 롤링페이퍼를 돌렸다. 나를 두고 한결같이 '할말은 하는' ' 쿨한' '시원한' '스타일이 멋진' 등등 다소 좀 도회적인 평이 이어졌다. 보여주고 싶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그렇게 바라봐 준 친구들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다. 그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리 '도회적'인 이미지에 매달렸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20대를 보낸 듯 하다. 유년의 대부분을 시골서 보낸 나로서는 대학졸업 후 서울..
수술하고파^^ 월례행사로 한번씩 화장을 한다. 화장의 최대의 적은 안경. 간만에 병균이 득실할법한 하드렌즈를 꺼내본다. 한달동안 각종 세균들이 내 눈알에 묻어난 단백질을 먹으며 자랐겠지. 세척용액을 묻혀서 박박 닦는다. 오른쪽 눈알에 끼고, 왼쪽 눈알 것을 닦는데, 이런, 손에서 떨어졌다. 그까이꺼 물위에 둥둥 뜬걸 낚아채면 그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채구멍을 열어놓았다. 아뿔싸! 밥먹다 유아치를 삼겨버린 입술마냥 꺾꺽대며 렌즈를 삼키고 있는 수채구멍. 꿀꺽 소리가 들린다. 에효~ 꺼내놓은 화장품 박스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오른쪽 눈알에 박힌 렌즈를 빼서 다시 렌즈통에 넣었다. 화장이고 뭐고, 스타일리쉬한 옷을 착용할 의욕상실. 멍하니 팬티만 입은 채 온열기 틀어놓고 방에 앉아 있다. 칫, 아카데미 친구들과 예쁜 모..
회자정리 눈온다. 명동칼국수집에 들어선 선배와 나. 눈인사를 주고받고 한참 말을 잇지 않았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가 이런 관계였던가? 눈가의 주름을 인식하지 못하듯,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변했다. 늙수그레해진걸까? 아님 이제서야 관계가 보이는 걸까? 난 단호하게 해산을 권유했다. 선배는 의외여서 놀랐다고 말했다. 차마 아무도 꺼낼 수 없는 말을, 가장 놓고 싶어하지 않을만한 사람이 입밖으로 꺼내니 놀랄 수 밖에. 정리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정리를 논할 수 있는 조직이 그나마 건강하다고... 고작 동호회 같은 모임일 뿐인데 유지를 위해 존재시키고, 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책임을 지는 건 너무 잔인하다. 아니 멍청한 짓이다. 그동안 재밌게, 열심히 흥망성쇠안에서..
사람 직관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종종, 직관을 털어버리려고 당사자의 말만 믿는 경우가 있다. 자기중심적인 판단으로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 속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혹은 암기하면서 타자의 실체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호하다. 하지만, 나 조차도 나를 설명할 때 되고싶은 나와 현재의 나를 구분하지 못하고 떠드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대부분 되고 싶거나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짓껄인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내가 뱉은 말에 대해 믿어주는 타자에게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 반면, 타자가 뱉은 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겠지만 말이다. 전부 사실이라도고,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함. 밉다고도, 예쁘다고도 ..
드라마에서는 남녀 캐릭터를 이렇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싸우면서 정들거나,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설정. 가정과 사회의 각종 갈등 상황으로 인해 사랑하기 쉽지 않다.
JM - 절망이 내동생 SM- 소망이 내동생 HM - 희망이 나? JM - 절망이. 내인생, 어두워! 괴로워! 추워서 손꾸락이 곱았는지 어쨌는지 쳐대는 활자마다 싸그리 씹어삼키고 싶을 정도. 생각을 담는게 언어요, 문장일진대, 산만하고, 유치하고, 답답하기까지 한 글들을 보면 나란 인간 자체가 산만,유치,답답일지 모른단 생각을 해본다. 소망아, 희망아,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용기는 주지마. 자기개발서에 나오는 긍정의 힘, 좆까는 소리, 하지 말라그래. 날카로운 지적질 또한 잠깐 멈춰줬음 좋겠어. 다, 알거등. 근데 그게 잘 안되거등. 안되서 꿀꿀하단 말이야. 미래에 대해 절망도 희망(소망)도 갖지 말자고. 그게 현재에 집중하는 유일한 길이겠지. 결국, 우울했던 며칠은 내 육체를 빠져나간 영혼이 미래로 달아나려고 했기 때..
드라마 시놉을 쓴다. 제목 너무 잘 뽑는다. 시놉 잘쓴다. 구미가 당긴다. 대본, 꽝이다. 두번째 시놉을 쓴다. 소재가 너무 좋다. 제목 끝장난다. 시놉 잘쓴다. 하지만 이번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두번 속지 않겠다는 동료들의 기운이 팍팍 느껴진다. 그래서 대본쓰기가 너무 힘들다. 사기치는 사람의 심정이란 이런걸까?. 하지만 억울하다. 생전처음 써보는 대본인데 못쓸 수도 있지. 어떻게 첨부터 대사빨이 살아나냔 말이지. 하물며 역사물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 하고 당시 용어나, 말투 등도 생각해야 하는데 나처럼 왕초보가 그게 되냐고요.... 씬 6개 정도를 써놓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대입시켜서 상상해보기도 하고 대사를 직접 읽으며 연기를 해본다. 이상한건 나만 재밌다. 우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