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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이미 늙어버린걸까?

현장교육훈련을 마치고 훈련생들의 평가서를 훑어보니, 문득 파울루 프레이리가 생각났다. 그의 교육학은 각종 사탕같은 칭찬에서 차분해질 것을 주문하는 듯 했다. 과장인줄 알면서 칭찬에 춤추고, 솔직한 줄 알면서 지적에 맘상하는 가벼운 인간일 뿐임을 또 자각한다.

젊음과 늙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달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태어난 지 오래되었다 하여 늙었다 하지 않으며, 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여 젊다 하지 않는다. 사람의 젊고 늙음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는 만큼 젊다. 누군가가 사람들과 세상을 거만하게 무시한다면, 나이가 겨우 스물둘이라 해도 그는 이미 늙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우리 때 세상이 더 좋았지"라고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새로움'을 거부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점점 늙어 가게 된다. 스물두 살 된 젊은이에게 나 일흔이 된 사람에게나 가장 좋은 시절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이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시간을 사는 것만이 삶을 젊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파울로 프레이리,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아침이슬, 2004, pp. 8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