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신께 봄이니까, 뜬금없는 추억을 이해해주세요. 그러니까, 갑자기 오늘 밤 거리를 휘청이며 걷는데 당신생각이 나더군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시끌벅적한 천호동 로데오 거리를 걸을 때였어요. 겨울에도 바람은 불었는데, 유독 여름을 앞둔 따스한 바람은 마음을 그렇게 후비는지요. 당신이 소리쳐 나를 부르던 그 천호동 사거리 말입니다. 그때가 언제였던가요? 아마도 2001년인가 그때의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코뮨적 삶에 경도되었지요. 지역공동체활동에 온몸과 정신을 맡겨두고 살았드랬습니다. 적은 활동비 가운데 차비만 제하고 모두 적금에 붓는 살뜰한 주부이자, 아이의 엄마였어요.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서인지 몸은 불을대로 불었고, 조기축구회 티셔츠정도나 몸에 맞을까, 처녀적 옷은 걸쳐보지도 못..
동부칼럼 - 아이의 꿈도 데려가 주세요 4월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김상곤 당선자는 야권단일후보로 '명박산성'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요즘 단연 화재다. 12.3%의 저조한 투표율로 무리한 분석이 아닌가 싶지만, 분명한건 이명박식 교육정책에 대한 회의의 분위기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부자던 빈자던 공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나보다. 무너져가는 공교육은 사교육시장의 확대팽창과 반비례하며 공존하지 않는가. 사교육은 학원만 있는게 아니다. 불안한 공교육의 불신으로 학원가가 성행한다고 하지만, 한없이 부실한 공교육은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의 존재감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학원이 경쟁사회에서 아이를 좀더 똑똑하게 만들려는 부모들의 염원이 있다면, 공부방은 낙오를 막는 교육불평등을 완하하는 안정망 역할을 하고 있..
e채널 - 사랑5부작 - 1부 '권태' - 2부 '만남' - 3부 '그녀의 이야기' - 4부 '찬란한 사랑과 분리불안' - 5부 '좋은사람' 사랑의 시작부터 끝까지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사랑의 단상',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등의 책을 인용함. '랑그'와 '빠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난 얼마나 많은 '빠롤'을 사용하는걸까. 어긋난 소통이 반복되는건 내가 너무 심하게 '빠롤'을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은유하지 말고, 상대방이 내 가슴속을 훤히 들여다볼수 있도록 소통할수는 없을까. 1부에 삽입된 음악 (아리조나드림 OST에 사용된 이기팝의 인더데쓰카)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상위 10%에 들어간다. 5부작을 다 보고나면 사랑이 시니컬해진다.
악에복종하는사람들 - 지식채널e:버튼을누르지않은이유 '스키너의 심리상자'란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충격적인 보고서. - 진보의 적은 수구가 아니라 '복종'일 것이다. 진보진영안에서도 다양한 복종이 살아숨쉰다.
대청소 주말을 비우고 들어온 집은 아늑하지 않다. 왜 여자가 집을 비우면 집은 아름다운 나의 집이 아니라 더러운 나의 집이 되어 있을까. 냉이된장국엔 하얀 곰팡이가 피었다. 곰팡이를 손으로 걷어보니 냉이들이 헬쑥하다. 불쌍한 것들. 국물을 꼭 짜서 음식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양배추 물김치는 시어꼬부라져서 맥없이 반찬통에 담겨져있고, 짜파게티 끓여먹은 흔적이 남은 냄비는 꺼먼 춘장기름이 둥둥 떠있다. 모두 찬물에 훌렁훌렁 헹궈서 쓰레기 봉투에 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급격하게 온도가 높아지다보니, 털옷을 바라보는게 부담스럽다. 이참에 옷장정리좀 해야겠다 싶어 자개장을 열었다. 옷들이 쏟아진다. 그동안 숨참고 있느라 고생이 많다 애들아~. 행거에 걸려있는 겨울옷들을 털어서 차곡차곡 접었다. 무엇보다 몇년째 내몸에 ..
자매애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때, 모든 암컷과 수컷이 이성애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성애를 느끼는 사람끼리만 만날 수 없는 것이 현대사회다. 그러니까 동물세계나 원시공동체처럼 번식만을 위해 눈을 부라리고 수컷을 찾아 헤매는 하이애나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생식과 번식을 고려하지 않고도 동지적 만남, 우정의 만남, 그저그런 만남 등 다양한 관계의 색깔이 있다. 이성애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말이다. 어떤 수컷에게는 10점 미만의 이성애, 그러니까 자매애에 가까운 느낌이 있고 어떤 수컷에게는 90점 이상의 이성애를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10점과 90점의 관계의 농도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콧소리를 하느냐 안하느냐, 혹은 교태를 부리느냐 안부리느냐, 혹은 외양을 조심하냐 안하냐 등으로 구분하면서 섹스의 가능성..
찝찝 마무리한다는 건 시원섭섭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시원'에 더 방점이 가있을지 모른다. 무슨 마무리든 '시원'해야 미련이 없다. 일이든, 사랑이든. 요즘들어 내겐 시원한 마무리가 없다. 10년간 활동해온 단체를 그만두는데도 환송받을 줄 알았으나, 일이 꼬여 단체 망가뜨린 원흉이 되고 말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어쨌거나 몸담고 책임져왔던 사람에게 성패가 몰리기 마련일걸 알지만, 똥누고 밑닦지 않은 기분이다. 여하튼 그래도 마무리는 되었다. 주민조직가 훈련 6개월 과정이 마무리됐다. 수료식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훈련생들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길고긴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는가. 그러나 이들을 담당했던 나와 몽애언냐는 떨떠름했다...
한강 서울에 정을 붙이게 만든건 한강이다. 봄이면 진달래 따먹고 아카시아 우거진 숲속에서 친구들과 비밀스런 놀이를 하던 시골살이에 익숙한 몸과 맘이 도심에서 버텨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꽃이 피워도 이쁜지, 햇살이 따뜻해도 좋은지 모르고 그저 재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오가던 나를 잠시 숨고르게 해줬던 한강. 어느 도시에 반경 1킬로가 넘는 큰 강이 흐른단 말인가. 그 한강을 만끽하기 위해 추운겨울이 지나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오늘은 자전거 타기에 딱좋은 날이었다. 충동적으로 자전거 열쇠를 풀렀다. 바지 밑단이 넓어서 양말속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양말목이 짧아 포기했다. 가방도 배낭이었어야 했는데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왼쪽 손잡이에 묶었다. 핸들놀리기가 불편하다. 헬멧은 사뒀으나 차림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