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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계획한 대로 살아진다면 좀 심심하긴 할테지만. 요 며칠사이에 뜬금없는 소식들이. 1. 뉴옥 호와이루(?) 주최의 워크숍 평가회의 참석제안, 뱅기타고 필리핀에 가는 건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지 않으니 그 무슨 소용이며, 돈이 없으니 손꾸락만 빨고 와야할 지경. 물론 숙식제공 되지만, 여행(여행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은 쇼핑이 맛이 아닌가. 하루정도 쇼핑시간이 있다고 하던데. 난 책이나 실컷 읽어야지. 2. 갑자기 안부를 묻는 멋진 남자의 음성. 성우 비스무리한 목소리 때문에 심장이 벌렁벌렁. 아뿔싸.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 누군지 알 길이 없어. 10여분을 추적하며 통화하는데... 에게? 민박 사장님? 물론 반갑긴 하지만 이게 뭐냐고. 민박에 놀러온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내 이야기..
도서실 뭔가를 준비중인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 뭔가가 되면 이곳을 오기가 쉽지 않겠지? 누군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면 이 순간이 얼마나 재미날까? 그럴려면 누군가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서 학생이라는 신분을 갖는 방법 밖에는 없겠지? 아흐. 끔찍해. 공모전에 당선되면 상금을 어디다 쓰지? 우선, 여행가고, 연주 뮤지컬 보여주기로 한 약속 지키고, 코넷에 좀 기부하고 토현이 책상 바꿔주고, 나, 면상 대폭 수정 들어가주시고... 아흠. 돈이 부족해. 두군데 모두 당선되면 어느것을 포기할까? 당선이 안되면 다시 다듬어서 어디다 낼까? 이렇게 준비만 하다가 도서실 죽순이 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 하는데 무려 몇시간을 소비한 오늘.
최규석, 그사람 참. 곰팡이도 꽃처럼 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냄새나서 얼른 털어버리고 빡빡 씻어내야 할 것 같은 가난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자면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다'로 일갈할 수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가 말이다. 가난을 처절하게 겪어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 말이 서걱거릴 수 있다. 얼마전 아카데미 수료식날, 동료들은 롤링페이퍼를 돌렸다. 나를 두고 한결같이 '할말은 하는' ' 쿨한' '시원한' '스타일이 멋진' 등등 다소 좀 도회적인 평이 이어졌다. 보여주고 싶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그렇게 바라봐 준 친구들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다. 그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리 '도회적'인 이미지에 매달렸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20대를 보낸 듯 하다. 유년의 대부분을 시골서 보낸 나로서는 대학졸업 후 서울..
수술하고파^^ 월례행사로 한번씩 화장을 한다. 화장의 최대의 적은 안경. 간만에 병균이 득실할법한 하드렌즈를 꺼내본다. 한달동안 각종 세균들이 내 눈알에 묻어난 단백질을 먹으며 자랐겠지. 세척용액을 묻혀서 박박 닦는다. 오른쪽 눈알에 끼고, 왼쪽 눈알 것을 닦는데, 이런, 손에서 떨어졌다. 그까이꺼 물위에 둥둥 뜬걸 낚아채면 그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채구멍을 열어놓았다. 아뿔싸! 밥먹다 유아치를 삼겨버린 입술마냥 꺾꺽대며 렌즈를 삼키고 있는 수채구멍. 꿀꺽 소리가 들린다. 에효~ 꺼내놓은 화장품 박스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오른쪽 눈알에 박힌 렌즈를 빼서 다시 렌즈통에 넣었다. 화장이고 뭐고, 스타일리쉬한 옷을 착용할 의욕상실. 멍하니 팬티만 입은 채 온열기 틀어놓고 방에 앉아 있다. 칫, 아카데미 친구들과 예쁜 모..
회자정리 눈온다. 명동칼국수집에 들어선 선배와 나. 눈인사를 주고받고 한참 말을 잇지 않았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가 이런 관계였던가? 눈가의 주름을 인식하지 못하듯,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변했다. 늙수그레해진걸까? 아님 이제서야 관계가 보이는 걸까? 난 단호하게 해산을 권유했다. 선배는 의외여서 놀랐다고 말했다. 차마 아무도 꺼낼 수 없는 말을, 가장 놓고 싶어하지 않을만한 사람이 입밖으로 꺼내니 놀랄 수 밖에. 정리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정리를 논할 수 있는 조직이 그나마 건강하다고... 고작 동호회 같은 모임일 뿐인데 유지를 위해 존재시키고, 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책임을 지는 건 너무 잔인하다. 아니 멍청한 짓이다. 그동안 재밌게, 열심히 흥망성쇠안에서..
사람 직관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종종, 직관을 털어버리려고 당사자의 말만 믿는 경우가 있다. 자기중심적인 판단으로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 속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혹은 암기하면서 타자의 실체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호하다. 하지만, 나 조차도 나를 설명할 때 되고싶은 나와 현재의 나를 구분하지 못하고 떠드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대부분 되고 싶거나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짓껄인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내가 뱉은 말에 대해 믿어주는 타자에게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 반면, 타자가 뱉은 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겠지만 말이다. 전부 사실이라도고,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함. 밉다고도, 예쁘다고도 ..
드라마에서는 남녀 캐릭터를 이렇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싸우면서 정들거나,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설정. 가정과 사회의 각종 갈등 상황으로 인해 사랑하기 쉽지 않다.
폭력론 - 이닥 대지의저주받은사람들 식민화한 인간은 ‘순응’과 ‘정신분열’이라는 무서운 지병을 갖게 됩니다. 그것은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중앙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독재, 초고속 경제적 성장의 이면엔 식민화한 의식이 우리폐부 깊숙이 똬리 틀고 있었습니다. 우울한 일이지요. ‘정의’를 이야기 하면 ‘왕따’ 당하는 한국사회의 이러한 병폐는 일제강점기가 남기고 간 표백된 알제리인들(친일파 지식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더욱 고착화했습니다. 정치적 해방이 진정 우리를 탈식민화했다고 말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직까지 원주민으로서의 화끈한 저항을 성공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통해 폭력의 영향과, 정당한 폭력(?)를 통한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