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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

(17)
구리다 베트남 쌀국수. 버릇처럼 담가먹는 숙주와 절인양파로 맛을 내고 후루룩 먹었다. 특유의 향이 모공을 활짝 열고 숙취의 기분을 추억한다. 그녀와 나. 버릇처럼 서로의 스타일을 말하고 대화를 이어간다. 그간의 특별한 사건을 나누며 마음을 활짝 열고 공포스릴러 귀곡산장 그녀의 집을 추억한다. 그와 그녀. 기대고 싶을때 나타나지 않는 것도 유죄. 건조한 걱정을 나누며 무얼 먹을까 말을 걸어봤지만 역시나, 벽을 허무는게 아녔어 라며 그녀는 떠나간 또다른 그의 따뜻함을 그리워한다. 나와 그. 뻔한 일상을 나누고 신변을 말하고 단순하고 뻔한 대화를 나눈다. 그들만의 랑그(남이 보면 빠롤)로 단축된 언어들로 한묶음, 한부류임을 확인하고 웃음짓지만 역시나, 그 랑그는 그와 그녀, 나와 또다른 그가 나눌 수 있는 보편적인 ..
추억, 좋아하시네 불가피하게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갈때, 난 오늘 하루 한끼 잘 때우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든다. 언제부터인가 난 축의금이나 조의금 봉투를 내밀자마자 식당으로 직행한다. 결혼식장은 거의 가지 않는다. 내가 아니래두 축하해줄 사람 많고 그리 결혼이라는 제도로의 진입을 감축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례식장은 아는 분일 경우 꼭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다만, 한곳은 화려한 부페인 반면 한곳은 어딜가나 육개장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메뉴가 좀 찜찜할 뿐. 또 언제부터인가 난 육개장도 정들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오늘은 내가 학교운영위원으로 있는 초등학교 총동문회 회장 취임식이었다. 학교장은 학부모와 교직원을 대동하고 행사시작 2시간전에 장소에 도착해버렸다. 부페에서 행사를 한다기에 주섬주섬 따라나섰다...
도대체 거시기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냐구?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그녀를 만났다. 난 그녀로 하여금 내가 만날 수 없는 부류에 대한 재미난 정보를 듣는다. 그녀는 글쓰는 내게 있어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온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고 생각의 수준(쪼매 건방진 소리지만)이 달라서 흥미가 없기는 하다. 난 그래서 그녀를 만날때 다른사람과 동행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튼, 그녀는 매사에 앙칼지고 단호한 보수성을 가지고 있다. 애두고 집나간 년, 바람피운년놈, 애매하게 남주기 싫고 자기도 같기 싫은 놈, 머리에 든거 없이 잘난척 하는놈 한방에 까버리는 통쾌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찔리기도 했던 터. 난 정말 그녀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게 진실인가 궁금했었다. 아니었다. 그럼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극단적..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것이 없다3 사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난 남자가 적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다. 벌써 i까지 왔으니 말이다. 그것도 십수년전 일이니. 마치 부록같은 만남이어서 그가 제외되었나 보다. 그런데 문득 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아마, 숏버스라는 영화를 봐서일거다. 동성애자인 남자가 다리를 거꾸로 들어서(요가자세) 자신의 페니스를 애무하다가 사정하는 장면부터 숏버스 안에서 떼거지로 섹스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해졌다. 정신과 육체는 동일값이고, 결국 육체적 사랑도 정신적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정신의 오르가즘, 육체의 오르가즘 모두를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둘중의 하나가 안된다면 노력해야 하는법. 노력으로 가능한건 어쩌면 후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온전히 육체가 정신을 지배할 수 없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수도 없다. ..
발바닥 탐욕과 욕망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차이는 뭘까? 내내 궁금했는데 오늘 명쾌해졌다. 욕망은 욕망이고 탐욕은 욕망을 억지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결론이다. 욕망이 큰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탐욕이 큰건 문제가 된다. 억지로 소유한다고 진짜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소유에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탐욕은 생물과 같아서 번식을 거듭하여 끝끝에 만족으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가운 목소리. 한걸음에 달려갔다. 무론 후원주점 티켓을 팔려는 목적을 알았지만, 임이 일하는 장애인인권단체의 후원주점이라 한다면 한달동안 주전부리를 끊는다 해도 억울하지 않은 일이다. 정이 생일이라고 많은 사람이 모였다. 임의 애인과 정의 남편을 만났고, ..
<동부신문 칼럼>지역커뮤니티, 언론을 살려야 사람들은 무리짓는다. 아무리 개인주의를 거론한다 하더라고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채우기에 아주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 살기 힘든 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무리짓고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와 재화를 나누며 살아간다. 정보에 있어 맛집을 공유하는 단순한 정보부터,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한 균형잡기에 필요한 고급한 정보까지 어느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개인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며, 좀더 길고, 좀더 윤택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필자는 지역언론 기자였다. 공동체라고 하기에 너무 광범위한 국가차원의 정..
면접보다 14년전, 난 한 10군데 정도의 면접을 보았다. 정성스레 이력서를 부풀리고 아무 이상없는 가정에서 자랐다는듯이 자기소개서를 쓴다. 성격은 물론 낙천적이며 긍정적이다는 둥 어쩌구저쩌구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나를 한껏 상품화한다. 오늘, 난 면접을 보러 갔다.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지난해 7월부터 실시됨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증제도도 생겼고 시설을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도 늘었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으니 난 시설장과 관리직 쪽에 응시했다. 복지시설의 프렌차이즈화라, 참 낯설다. 음식점에서나 어울리는 프렌차이즈 방식으로 시설을 위탁받아 시설장을 임명하여 수익을 내게끔 하는 역할이란다. 어쩐지 연봉이 너무 쎄다 싶었다. 너무 준비없이 면접을 보았다. 질문은 아주 고난위. "사회복지의 가장 중요한 이념은?" "시설..
박쥐와 이끼 인간의 욕망에 대한 댓가는 화형이었다. 사제와 뱀파이어라는 극단적인 설정이 뻔한 상징같아서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박찬욱인걸 하는 기대감으로 극장을 찾았다. 너무 유행하는 옷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관객이 너무 많이 들어서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영화보기를 피하는 습성이 있어서 아예 초반에 영화를 보고말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친구의 여자를 탐한다는 내용을 김옥빈의 크로테스크하고 싸이코패스적인 외모로 덧입혀 마케팅에 성공했음은 분명하다. 내용은 대중화하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석규와 내가 좋아하는 이은주가 주연한 주홍글씨처럼 인간의 욕망과 탐욕(도대체 부정적인 의미의 탐욕과 욕망의 경계는 어디란 말인가), 그리고 심판을 모티브로 전개했지만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어느것 하나 가슴을 후벼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