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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여자

도대체 거시기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냐구?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그녀를 만났다. 난 그녀로 하여금 내가 만날 수 없는 부류에 대한 재미난 정보를 듣는다. 그녀는 글쓰는 내게 있어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온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고 생각의 수준(쪼매 건방진 소리지만)이 달라서 흥미가 없기는 하다. 난 그래서 그녀를 만날때 다른사람과 동행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튼, 그녀는 매사에 앙칼지고 단호한 보수성을 가지고 있다. 애두고 집나간 년, 바람피운년놈, 애매하게 남주기 싫고 자기도 같기 싫은 놈, 머리에 든거 없이 잘난척 하는놈 한방에 까버리는 통쾌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찔리기도 했던 터. 난 정말 그녀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게 진실인가 궁금했었다.

아니었다. 그럼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았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온 싱글맘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방어기제로서 송곳같은 맘가짐을 유지하고자 스스로의 허벅지를 마구 찔러댔을 수도 있고, 나에 대한(운동권은 도덕적이라는) 오해와 편견에 부응하기 위해 지레 그렇게 반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사동에는 홍길동이라는 포장마차가 있다.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실내포장마차인데 안주가 대부분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맛은 괜찮다. 할머니의 정성어린 안주는 다른 여타의 술집과 다른 맛을 풍긴다. 안주 3개에 소주 5병이나 마셨는데도 2만9천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흠. 대만족. 간만에 내가 계산하려고 하니 나중에 결합한 남성분이 계산한단다.
"남자가 계산해야죠" 칫. 그런말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말이다.남자가 계산해야죠? 낯설다. 참고로 그는 진보진영에 있는 사람이다.

여하튼, 그가 오기전 난 그녀와 신나게 수다떨었다. 단둘이 만나는게 1년만인가 보다. 술이 고프긴 고팠는지 그녀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응하지 않았던 나는 냉큼 서둘러 홍길동으로 향한거다. 사회가 어떻구 정치가 어떻구 떠들다가 갑자기 남자의 거시기 사이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난 들은 풍월을 읊었다.

"거시기는 키와 상관이 있다는데? 아무래도 그런거 같아"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럼 손이야? 아님 코야? 미리 알수 있어야 사람을 골라서 만날거 아냐"
"내키가 167이거든? 그래서 180이상의 남자만 만나왔어. 사이즈는 천지차이야"
"그게 정말야? 아닌거 같은데"
"표본이 적은 마돈나는 말도 꺼내지마"
"그렇긴 하지만 서두"(머리 긁적긁적)
"정신적으로 통하기만 하면 다 좋다고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지, 그런데 남친과 헤어졌을때 잠깐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키가 180이 넘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즈는 작더군. 그것도 형편없이 말이야. 근데 웃긴건 속궁합이라는게 있나봐. 작은 사람과 정말 잘 맞는거 있지. 난 섹스가 좋은걸 그제야 알게 되었지"
"그래? 크면 좋은거 아녔어?"
"사람마다 다른거 아냐?"
"그럼, 언니는 질이 좁구먼 뭘 그래"
"키랑은 전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경험상 코는 좀 연관이 있더라고"

수다가 끝날 무렵 갑작스레 동참한 그가 도착했다. 우리 눈알은 그의 코와 손 키를 훑어보느라 정신없이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이이그 속물들.

우린 다짐했다. 늙어가도 고두심이나 김혜자처럼 섹시해지자고. 그 섹시함을 유지하기 위해, 우왁스러움을 자제하자고 말이다.  고픈 사랑, 고픈 여성성으로 인해 우왁만이 남아 과장의 과장을 거듭한 잠자리에 대해 떠벌리는 여자가 되지 말자고 말이다. 솔직하되 과장은 금물, 유쾌하되 우왁스러움은 금물, 꾸미되 천박함은 금물 뭐 이런식으로.

결국, 이런저런사람에게 들어봤지만 거시기의 사이즈를 알 수 있는 신체적 표본은 중구난방이어서 확신할 수 없다. 그럼 꼭 벗겨봐야 하는 수고를 감행해야 한단 말인가. 하기사, 그녀의 이야기처럼 사이즈보다는 각자의 속궁합이 중요할수도 있고, 감정이 개입한 육체의 결합이 더욱 좋을 수도 있을터.
사람들 만날때마다 요즘 관심사를 대화의 중심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욕 많이 쳐드시게 되었다. 좋다. 어제도 난 선언했다. 욕해도돼~~ 라고.

요즘, 굶주린과 안하는 이의 블로그를 여행하다보니 자꾸 섹스에 대해 관심이 간다. 너무 재밌어서 몰입하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났다. 그녀들의 글을 읽으면 왠지 아래가 묵직해 지는게 옆에 남자라도 있음 다리걸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다시, 여리고 팔랑이는 감정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