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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발바닥

탐욕과 욕망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차이는 뭘까? 내내 궁금했는데 오늘 명쾌해졌다. 욕망은 욕망이고 탐욕은 욕망을 억지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결론이다. 욕망이 큰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탐욕이 큰건 문제가 된다. 억지로 소유한다고 진짜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소유에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탐욕은 생물과 같아서 번식을 거듭하여 끝끝에 만족으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가운 목소리. 한걸음에 달려갔다. 무론 후원주점 티켓을 팔려는 목적을 알았지만, 임이 일하는 장애인인권단체의 후원주점이라 한다면 한달동안 주전부리를 끊는다 해도 억울하지 않은 일이다. 정이 생일이라고 많은 사람이 모였다. 임의 애인과 정의 남편을 만났고, 규의 애인을 보았다.

규는 무려 17살정도의 차이가 나는 연인을 만났다. 도둑이라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의 애인은 참 넉넉해보였다. 윤기나는 피부와 조용한 말소리, 3년을 만났는데도 한결같은 설레임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난 규에게 3년이면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훼방을 놓았다. 물론 한대 얻어맞았음은 물론이다.

임의 애인은 사진으로만 보다가 오늘 처음 인사를 나눴다.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다며 넉살을 부렸다. 임은 강렬한 상처를 갈무리하고 그를 만났다. 임의 애인이 그라는 사실이 놀랐지만 왜 임이 그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단한 연애를 거듭하고 푹신한 사람을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 그는 참 푹신해보였다. 얼굴도 화회탈같다. 임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참 예뻤다.

자발적 선택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조건에서 만난 이 연인들을 보니 예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사회적 낙인을 피할 수 없는 규와 영은 슬픈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임과 그의 애인은 걱정할 필요 없다. 임은 잘해낼 것이므로.

그들에게서 탐욕은 읽을 수 없었다. 욕망에 충실하고 보돗이 가꿔가는 감정들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사랑이 어떻구 저떻구 떠들어대던 나의 입술이 순간 부끄러웠다. 탐욕하면서 갈등하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들처럼 착한눈빛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으려나?

좋아보였다. 다만, 조직적으로 관계들이 너무 공개되서 맘대로 헤어질 수 없지는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걱정도 해본다. 특히 규와 그의 애인, 임과 그의 애인, 지금처럼 행복하기를... 그리고 나같은 사람의 탐욕스런 감정따위는 근처에도 오지 말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