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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하루살이

여권이 이미 만기됐음을 이제야 발견했다. 인도갔을때 연장했는줄 알았는데 이런, 작년 8월에 이미 만료되다니. 큰일날뻔. 부랴부랴 여권과에 가서 재발급 신청했다. 가까운 사진관서 사진을 찍고 말이지.
코넷 중견교육을 위해 혜화동으로 출발하려는데 강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칼럼 마감인거 아시죠?" 아뿔싸 마감은 내일이 아니었던가. 난 혜화동 사무실에 가서 끄적끄적 적어보냈다. 작필본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시간 남짓에 칼럼을 써버린다는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송고.

날 '마님'이라 부르는 곽가를 어제 만났다. 욕심나는 훈련생이기에 교육훈련과정에 함께 했으면 했지만 그는 이미 맘을 정한것 같았다.  대마왕은 장애인시설장으로 취직해서 더이상 훈련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전해왔다. 바람빠진 풍선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남은훈련생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주어 진행했다. 웃긴건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내가 기운이 난다는거. 간만에 교육훈련에 집중하니 열심히 공부한 후 도서관 문을 열고 귀가하는 산뜻한 기분이다. 물론 배도 고프고.

그는 말했다. "마님에겐 독기가 있어요"
"왜죠?"
"자유는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라는 대화를 나눴는데 마님은 적극적이라는 용어를 붙이더군요, 저번에 마님과 나눈 대화가 생생하군요. "
독기라, 잘 아는 사람도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또다른 모습을 말하니 찔린다. 난 독기가 있다. 니체의 망치로 나를 깨부수어야 할 것들은 망할놈의 그 독기다.  나를 지키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으나 그 '독'때문에 다른사람이 다친다. 나는 나를 지킬 뿐이라고 말해도 관계속에서 그 독기는 분명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사정거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독기로 인해 따끔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난 그 독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그 독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곽가는 나의 단어사용을 통해 내모습을 관통한 것이다.

어제 나눈 대화로 인해 '독기'가 하루종일 내 뒷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