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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냉기

- 추위가 싫다. 그렇다고 겨울이 싫은건 아니다. 한없이 졸음이 쏟아지고 모든 관계들이 귀찮아진다. 뭐니뭐니해도 추울땐 목욕탕이 최고다. 역시나 아이들 노는 소리와 아줌마들 떠드는 소리때문에 목욕탕은 소음천지다. 내가 목욕탕주인이라면 일단, 성인용과 아동용 탕을 구분한다. 아동용탕에는 보육사를 고용하여 아이들을 돌본다. 방음철저, 탕을 무조건 넓게 수영장처럼 만든다. 성인용은 방수오디오시스템을 만든다. 한켠에 바가 있어서 가볍게 와인한잔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제3세계음악이나 이지리스닝류의 음악을 틀어서 몸과마음을 릴렉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천탕도 반드시 구비. 그안에서의 모든 여가는 발가벗고 이뤄져야한다. 가운 등은 금지. 건조한 방이 있어서 PC와 문구류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그곳서 작필할 수 있게 말이지. 수다방은 따로 마련하여 그곳에서만 떠든다. 우아한 목욕탕을 꿈꾼다.

- 초월적 이상은 목욕탕으로부터 시작한다. 옷이나 장신구를 걸치지 않아 계급따윈 알아볼 수 없는 공간을 더욱더 우아하게 상향평준화시키고자 하는 나의 꿈은 현실가능치 않다. 그저 꿈만 꿀뿐.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우울해진다. 잠깐 상상의 나래속에서 히히덕댈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짓은 가급적 자제하고자 한다. 멍하니 공간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는 나를 발견할때마다 한대씩 때려줄거다. 그 웃음은 바로 현실을 도피하고자 시작된 망상으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딛고 있는 이땅에서 출발해야 한다.

- 영화의 완성과 탈주 수강신청을 했다. 제목은 당기지 않는다. 강사가 혹시 관념론자는 아닐까 우려된다. 강의용 영화도 고전중심인데다 제목이 무겁다. 하지만 들어봐야 알겠지.
 
- 일을 하면 감쪽같이 상념이 잦아든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아서 고민이 깊었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건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