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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바람이 알아챈다

잠을 푹잤다.
이상타. 잠을 푹잘 정도의 정신상태가 아니었는데 어째서.
어제 마신 막걸리 두잔 때문일까. 
바람, 때문이었다. 옥탑서 이삿짐을 싸고 나르는 동안 따가운 햇살에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바람은 선선했다.
익숙해질만한 하니까 곧 이별이라니. 가슴이 쌩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렘과는 다른 심장박동이 빨라진달까? 우울한 징조다. 
괜찮다. 슬프면 울고 푹자고 말끔해지면 되니까.
외로워서 자신과 사랑할 시간을 염두하지 않았으니
이제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외로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니지, 외롭더라도 그걸 고통으로 받아들여서 이상한짓 안하겠다고 다짐한다.
무수한 다짐들이 종이조각처럼 날라갈거라는거 알고
멍청한 고래처럼 작은 친절에도 슬픔이 휘발되는거 안다.

외로워서 저질렀던 많은 과오와 판단들.
그걸 선택이라고 자위하며 책임지겠다는 멍청한 지구력은 구겨버릴거다.

이젠 나를 좀 사랑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