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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맨처음 친절


"강재씨가 제일 친절합니다. 저와 결혼해주셨으니까요"
파이란을 벌써 다섯번째 본다. 강백란이 보인다. 그속에 앤서니퀸을 맴돌던 젤소미나도 보인다.
한때는 바보같은 젤소미나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찐한 외사랑도 충분히 감동스럽다고.
하지만 그건 철저히 관객의 입장이다.

간만에 퍼즐을 맞춰봤다.
아귀가 맞는다.
내맘대로 맞춰왔던 1만피스. 오늘은 후루룩 단번에 맞춰진다.
훼이크도 읽힌다. 풋. 패러디에 속았군.
쓰리지만 현실은 날카롭다.

자아를 들여다 보는 최고의 도구는 '관계'다.
사람을 만나 관계하면서 겪는 감정들은 나를 충분히 해체하기에 적절하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그가 가진 고유의 타자성 때문이 아니라, 내가 조리한 타자성 때문이다.
누굴 만나든, 어떤 형태로의 변화는 겪는다.

토현이가 제주도로 떠난다.
제일 먹고 싶었던 안심스테이크를 사줬다.
왠지 그아이를 보내고 나면 내가 더 보고싶어서 못견딜것 같다.
끊임없이 재잘대고 귀찮게 굴지만 짧은 이별에도 왠지 아프다.
그녀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마냥 좋은가보다.
어쩜 저렇게 오지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다.

잘먹고 잘자고 재미나게 놀기만 하고 돌아오기를...
우리 토현이, 정말 신나게 놀줄아는 사람으로 평생 살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