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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선물

화이트데이때 고작 학알 다섯개를 선물받았다.
예쁜병속에 학알과 사탕이 수북히 담긴 선물이었으나
남친의 친구들이 체육시간에 체육복 갈아입으며 발견,
서로 뺏고 빼앗기는 가운데 병은 작살나고
사탕은 그놈들 입에서 녹아버렸다.

나는 사랑고백을 받으며 꽃송이 없는 장미꽃가지를 선물받았다.
가을이 앞서보낸 부슬비 사이를 뚫고
장미꽃을 산 마초는 쑥쓰러움을 이기지 못해
그만 마구 달렸던 것.
정작 장미꽃봉오리는 떨어져 길을 나뒹굴고
달랑, 모가지없는 꽃가지만 내앞에 내밀었다.

나는 생일날, 비닐봉다리를 선물받았다.
예쁜 선물상자는 고사하고
리본도 없는 비닐봉다리 안,
다행히 모가지없는 꽃도 아니요, 학알도 아닌
엠피뚜리가 들어있었다.
이어폰줄을 몸에 휘감고 있는 귀여운 녀석은
봉다리속에서 뻘쭘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