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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장수행

우체통에 두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박성호, 조병철.
남자 둘이서 또하나의 가족을 구성했다.
성호형은 아내의 일을 돕기위해 서울서 있고
병철이형은 장수를 지키고 있다.
그간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명아주며, 인진쑥이 허리까지 자라, 어느게 먹을것이고 어느게 잡풀인지 구분안간다.
옻나무를 구해 미리 삶아놓고
닭 두마리를 손질해놓은 병철이형.
지난 촛불집회때 청진동해장국집서 잠깐의 눈인사만 건넨것이 내내 미안했는데
장수행이 실현되서 다행이다.
델마와루이스여행의 일환으로 갔으나 옻닭에 눈독들인 황선배가 동행했다.
다행이다. 난 내내 감기몸살로 병철이형과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철이형과 황선배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와 함께사는 사람이라고 병철이형은 10살이나 어린 황선배를 지극정성으로 대접했다.
친정오라버니같다.
부부의 잠깐의 말다툼을 엄하게 꾸짖기도 했다. 소통하자고 하는 운동권이 왜 서로
아귀다툼을 하냐고 몇번을 강조했다.
형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유지되어야 함을 강하게 말했다.
역시 천주교신자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형은? 결혼안했다.
50대가 되도록 해맑은 웃음을 가지고 있으되 나이든 천주교신자의 완고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형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뭐야. 우체통에 두사람 이름 적혀있는거 보면 영락없는 동성애가족이라규^^
형이 준 판피린을 먹고 옻닭국물을 두그릇이나 후루룩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역시 공기좋은곳에서 몸보신하니 살만하다.
형은 풀인지 고추인지 구분안가는 고추밭에서 지멋대로 자란 유기농 아삭이고추와 청량고추를 반푸대나 따줬다.
서울서 옻닭해먹으라고 옻이며 가시오가피도 싸줬다.
뭐든지 퍼주는 형에게 미안해서 닭값을 몰래 텔레비전 위에 올려두고 왔다.
책을 좀 많이 싸올것을... 고작 5권밖에 못드렸다.
다음엔 영화시디며 책을 더 많이 싸보내드려야겠다.
사랑이 넘치는거,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늘 그들을 소외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자기앞의 쾌락때문에 오만해지지 말아야지.
형!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늙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