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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도정일,최재천, 휴머니스트,2005>

만나야 한다. 학문도 관계속에서 접점을 찾으면 설득력이 증폭된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만나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 정치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은 이 책, 참 섹시하다. 강신주씨의 '차이를 횡단하는 장자'를 읽을때의 몰입을 경험했다. 그만큼 가독성이 있다는 뜻. 하루종일 눈을 뗄 수 없었다.

선행도서라고 추천받은 리처드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를 읽는 내내 우울했었다. 도대체 인간의 자유의지는 유전학적 검증앞에 얼마나 초라한가. 생존은 물론이요, 문화, 예술, 정신적인 영역까지도 유전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내게도 인간우월주의가  뿌리깊이 박혔었나보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타성에 대한 궁금증을 양보할 수 없었다.

인상적인건,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하는 인문학의 시선에 대한 반성이었다. 도정일씨가 인정할 지 모르겠으나, 그는 방법을 바꿔야한다고 표현했고 난 반성이라고 받아들였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발현하면서  자연에 역행하는 짓을 당연시 했었다. 그러나 그건 다른 종의 자유의지를 빼앗은 결과를 초래했고, 유전자의 생존본능을 넘은 횡포였다.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최재천씨의 말대로, 소들의 자유의지, 닭들의 자유의지를 빼앗았기 때문에 영국의 광우병을 일본에서 걱정하고, 홍콩의 조류독감을 브라질에서 흠짓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최씨는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을 변화할 수 있으리라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얼토당토않는 넘겨집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아니 이미 버리고 있다. 

도정일씨 왈 "새것이 낡은 것을 밀어내고 세상을 차지하는 것이 자연의 질서이고 '봄의 문법'이다"

최근 몇권의 책을 통해 기존의 낡은 편견들이 각질처럼 떨어져나가는 기분이다. 어쩌면 그건 자연의 질서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의 봄도 다시 낡은 것이 될지 모를 일이다. 앎은 행복하다.

매번 좋은 책을 권해서 밤을 패게 만드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