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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낭만적 상상


병이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관계와 사건에 대해 낭만적 상상을 하는 나는 병이 분명하다. 차안에서 거리에서 쉴새없이 뇌가 움직이고(겉으로 볼땐 멍함) 있는 걸 느낀다. 바로 그 상상 때문이지. 대개는 낭만적, 긍정적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나 혹은 추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남들보다 두배는 오버해서 당황한다. 상상때문에 즐거워 한 댓가다.

작업실 또한 상상했다. 진이 말대로 있을 건 다 있는데 상상한 구조와 다르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인테리어 가득한 원룸을 그리다가 옥탑방 앞에서 멈췄다. 인터넷 설치기사분이 오셔서 설치하는 동안 다시 제정신을 차렸다. 난 항상 이사할때마다 이런 공항을 겪는다. 웃기지만 미디어의 폐해다. 그리고 따뜻한 방에 배를 깔고 누우니 슬슬 정이 든다. 또다시 여기서 진이와 동거하며 희희낙락할 낭만적 상상이 쪼글쪼글한 뇌속을 활성화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구조에 맞춰서 앉은뱅이 책상을 사고 좌식 의자를 사야겠다. 인터넷 기사에게 공유기 공짜로 설치해주는 댓가로 인터넷 전화도 설치하고 이래저래 꼬물꼬물 살림살이가 제자리를 잡아가니 진짜 사람사는 집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오셔서 나를 찬찬히 본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아가씨가 얌전한게 생겼구먼" . 안심하신다. 임대업자는 지하나 옥탑방 월세를 놓으며 얌전한 직장여성을 선호하는 법.

선입견을 아주 그냥 왕창 깨어드립죠.

아주머니도 나랑 같은 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