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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연민


앞으로 우리는? 희망이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에 박대장님은 '현장에 대한 연민'이라고 답했다.
연민이라. 사전적 의미는 불쌍하고 가련하게 생각하는 것. 하지만 '연민'이 주는 감정적 가치는 다르다. 불쌍하다와 사랑하다의 중간. 가진자로서 못가진자에게 갖는 자비와 못가진자가 가진자에게 갖는 안타까움의 중간. 조건없이 주는 사랑과 강렬하게 욕망하는 사랑의 중간.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성과 감싸고 보듬어주는 의존의 중간. 복잡하지만 알것같은 그런 단어 '연민'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연민이 느껴진다는 것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함축하는 것 아닐까?

축령산휴양림으로 향했다. 차로는 한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버스를 이용해 가니 배차간격때문에 3시간을 소요했다. 주황색 숯가마 옷을 입고 트레이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하는바람에 바로 술자리로 고고.
술이 달았다. 이상해서 코로 알콜냄새를 맡아 보니 냄새도 없었다. 마치 요즘 한창인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듯한 기분. 당연히 많이 마셨다. 후배트레이너들을 지지하러 갔지만 실은 보고싶어서 갔다는게 옳다. 억지로 동원하지 않아도 보고싶어서 무리해서 모이는 우리는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걸까?
삐쭉 튀어나온 내 흰머리 한올을 뽑아주고, 음식에 젖을까봐 팔을 걷어주는 선배들이 새삼 따듯하다. 나이들어 잇몸이 망가지고 병이들어 술을 양껏 마시지 못하는 선배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나도 그들을 쫒아간다. 하지만 군부독재시절, 멋모르고 우왕좌왕 젊을 시절을 보냈던 에피소드는 감동이다. 본인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그저 새까만 나같은 후배들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그들에게 난 연민을 느낀다.

기대는 관계의 독이라고 했던가. 연민은 기대가 없는 무엇이다.  연민이라는 감정을 소중히 하고자 한다. 선에게도 친구에게도 지역에도 지구에도 우주에도 하다못해 경쟁자에게도(실은 난 경쟁자가 거의 없다), 명박이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