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때문에 여자들의 귀가가 빨라진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밤중에 낙타고개를 넘는 나는 모처럼 가뿐했다.
길동생태공원 건너편에 또오리라는 집에서 학교운영위원회 회식을 하고 서둘러 다음 약속장소로 이동하려는데 버스도 택시도 없어서 길동까지 비틀거리며 걸었다. 여전히 난 학부모의 정체성에서 좀 멀다. 학교선생들과 학부모들과의 밥먹는 자리가 왜이리 어색한지 술만 들이키다 빠져나왔다. 그래도 모처럼 기쁜 소식이다. 싸워도 싸워도 안될것 같은 학교급식소위원회가 다시 구성되고 저학년 에듀케어가 실현됐다. 교장선생이 왠일인지, 결단을 내린듯.
능률위주의 독선독재인 교장선생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걸 보니 좀 희망이 보인다. 난 혼자만 왕따인줄 알았는데.
광나루에서 여인들과 만나고 택시를 타고 천호동으로 왔다. 너무 일찍 내리는 바람에 또 길동까지 걸었다. 모처럼 알통이 튼실해지는 날. 그런데 술취하고 싶지 않아 일찍 자리를 정리했다. 다들 체력이 약해져서 인지 이곳저곳이 쑤시기도 했기 때문.
밤새 앓았다.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너무 걸어서인가? 회의도 못가고.
문득, 발렌타인 데이가 14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초콜렛을 사서 용산추모집회에 가야겠다. 전경들에게 초콜렛을 나눠주며 살살 다뤄줘 라고 말하면 진짜 살살 다뤄줄라나? 헤헤헤. 방패에 초콜렛을 붙이던가, 아님 입에다 초콜렛을 물려주던가, 재밌겠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