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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친구


식이에게 전화가 왔다. 10년만에 우린 모인다. 20대 중반시절, 돈이 없어서 늘 종로의 파파이스에서 만났던 우리. 강남의 한 나이트에서 거부당해 찌질하게도 직장인이 간다는 곳으로 가서 어색하게 브루스를 땡기기도 했다. 가장 싼 술집에서 취하기도 전에 부모님께 혼날까봐 일찍 자리를 떴던 우리들. 당시, 시절인연이 엊갈려 어정쩡하게 우정을 지켰던 그친구들은 어떤 모습으로 중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궁금하다.
식이는 일때문에 어느 대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창을 발견했다고 한다. 모일때마다 법전을 줄줄외던 창이는 변호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드만 왠 교수가 됐는지. 도대체 뭐해먹고 살지 한심하기 짝이 없던 식이는 캐나다 유학다녀온 후 국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단다. 채팅하면서 그렇게 날 꼬이더니 오프에서 보자마자 우정을 다짐했다는 식이. 내가 그렇게 안생겼든?

두더쥐는 여전히 디자인을 하고 당시, 팬탁스 수동카메라를 들고다니며 기자랍시고 돌아댕기던 나는 백수가 되서 만난다.이젠 실컷 얻어먹어야겠담. 고마운건 녀석들이 아직도 미혼이라는거. 적어도 만나서 투자가 어떻고, 자녀교육이 어떻고는 떠들지 않아서 좋을듯. 20대로 되돌아간것 같아 잠깐이지만 기분이 좋다.
각자의 기억이 다 다를테니 퍼즐맞추듯 과거를 맞춰가는 재미가 있을듯 싶다. 영화동호회에서 만났으나 아무도 영화관련 일을 하지 않는다. 쥐띠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유일하게 우리 넷이 모여서 뭉쳐다닌건 왠지. 동호회에서는 우리들이 너무 똘똘 뭉쳐서 전체 단합을 헤친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더욱 단단해졌다. 당시, 인터넷상에서 어찌나 전투적으로 싸웠는지 우리 넷은 동호회의 똘아이 그룹으로 낙인이 찍혔고 결국 동호회 활동은 안하고 넷만 뭉쳐다녔다.

창아! 식아! 반가워. 두더쥐랑이야 자주 만나고 통화하지만 말이얌.
훌쩍 컸겠지.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