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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관계를 구조조정하다

나는 현재 구조조정 중이다. 시민단체 상근활동가를 그만두면서 관계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조잡한 지역내 정치적 사건과 얽혀 나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들이 생기고,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난 자연스레 관계를 구조조정 하게 되었다. 아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난 애정결핍이 있다. 나를 보는 이와 내가 보는 내가 달라서 혹자는 콧웃음을 칠 거다. 당당하고 오버하면 잘난척까지 쳐바르는 마돈나가 결핍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난 있다. 그 결핍때문에 관계망을 넓혀왔을지도 모른다. 물론 소량다품종의 관계지만 말이다.

결핍에 따른 관계는 남이 찾을때 버선발로 뛰쳐나가고 내가 찾을때 상대가 타나지 않으면 심한 상실감을 갖는다. 나를 찾는 사람에 대해 일단, 무조건 좋게 보는 증상도 있다. 아니 그보다 난 내가 저 사람과 친해질것 같은 필만 꽂히면 무조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주변사람이 우려해도 난 무조건 좋게 보고 좋게 해석한다. 그러다 나의 빌어먹을 해석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때 심하게 더듬는다. 관계의 틱장애.

후배녀석은 술에 심하게 취했다. 난 그의 술주정이 불편했다. 속상한건 그의 진심이고 나발이고 그 술주정으로 인해 다른사람들이 실망할까 우려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다. 한번 술을 마시면 심하게 취하는 버릇이 있어서 최근에는 술에 취한다 싶으면 바이바이를 했는데, 이번에는 여러사람이 함께 한 자리여서 일찍 뜨지도 못했다.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고 조금씩 변화한다고 여겼는데 이번일로 나도 크게 실망했다. 어쩌면 그는 항상 그자리였을텐데 내가 널뛰기를 한 것 같다. 그럴줄 알았다는 주변의 반응에 인정하면서도 다시금 나의 관계맺기에 대한 어리석음을 확인하니 속상하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열등감을 알아서인지 안쓰러웠었다. 하지만 그 안쓰러움이 나의 기우였단걸 알고 그녀를 신뢰했었다. 그녀는 열등감 따위는 없다는 듯 행동했고 넉넉하게 관계를 맺어왔었다. 그녀에 대한 악평에도 난 꿋꿋하게 관계를 지속했었다. 그런 그녀가 친절함에 홀딱 넘어가 굳은살 배긴 관계를 면도칼로 도려냈을때 착찹했다. 또 주변에서는 나의 무진장 멍청한 관계맺기에 대해 혀를 끌끌 찼었다. 참, 사람보는 눈도 없다.

근데 어쩌랴. 만나서 들어보면 다들 괜찮았던 사람인것을 말이다. 하지만 실망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헛된 기대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유쾌하게 살 수 없을테니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좀 시니컬해지고 좀 마음의 문을 단도리 하고 좀 편하게 살아야겠다. 좋아하는 사람과 덜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했던 지난날을 좋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