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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조직에서 일하는 유형

꽤 오랫동안 이런저런 조직에서 일해왔다. 사람들과 갈등도 많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때려치우기도 하고 아쉬워서 속만 끙긍 앓았던 적도 있었다. 년초에 일도 많지 않고 심심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혼자 재밌어서 끄적여 본 낙서.

1. 개칠형
남이 그린 그림에 붓칠 한번 더해서 원본을 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우기는 유형.
결과가 좋으면 자신이 붓칠한 덕, 결과가 나쁘면 원래 그린 사람 탓.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자기가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안그린것 같기도 한 같기도 형. 주로 결정권자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

2.  이벤트형
무슨 일을 도모하는 지 도무지 알수 없는데 혼자 바쁘다. 뭔가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공유가 되지 않지만 가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유형. 기획서를 내놓고 칭찬을 기대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이 오는 순간 기획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유형. 혼자 모든 공을 가져가고픈 욕심많은 유형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음. 칭찬에 살고 칭찬에 죽는 유형과 비슷함.

3.  공든 탑 무너지는 형
기껏 열라게 일해놓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도로아미타불이 됨. 조직에서 싫은 소리 잘하고 사사건건 입바른 소리를 해서 인간관계가 껄끄럽다. 또한 자신의 공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남이 알아줄 때까지 떠들어도 이 유형에 속함. 입다물게 하려고 동료가 "정말 훌륭하시군요" 피드백하면 그제서야 "제가 뭘" 하면서 겸손한 척 함.
그나마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해서 잘리거나, 대놓고 사람들이 미워하지는 않으나 곤경에 처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음. 그저 일로써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능력이 많은 편이나 승진과 거리가 멀다. 까칠하다는 말을 자주 들음.

4. 죽쒀서 개주는 형
공부해서 남주는 유형으로 개칠형과 찰떡궁합이다. 열심히 일해서 완성해 놓지만 개칠형이 한번 붓을 대면 이 유형의 사람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인어공주의 다리잘린 아픔을 느끼는 유형으로 속병을 크게 알아 매사에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다. 조용히 뒤에서 지구력있게 일하며 칭찬과 상관없이 일하지만, 실은 사람들의 관심에 몹시 목말라 있다. 이 유형은 건강에 유의해야 함. 속병을 크게 앓아 병가를 내는 수가 많다.

5. 모태가부장형
자기 뒤로 줄세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이 줄서기는 죽어라고 싫어해서 무조건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 타인의 등허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평생 모른다. 등허리인식장애라 할 수 있겠다.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하겠으나 환경이나 교육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수족처럼 시중을 들거나, 무조건 자신을 좋아해주는 무수리유형을 좋아한다. 실력과 상관없이 직언하는 자는 모두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취급한다. 좋은척과 진짜 좋아하는 것을 구분못하는 유형으로 따르는 자가 없으면 자살충동을 느끼는 부작용이 있다. 

6. 고문관형
월급주기 아까운 유형. 따로 분리해서 가르치지 않으면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운 대안학교 유형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조직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물론 그만의 달란트는 있다. 다만 조직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닐뿐. 조직이 흔들린 만큼 큰 실수를 해도 속이 편한 유형으로 함께하는 이들을 정신쇠약으로 몰아넣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에게 장점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을 도인의 경지에 오르게 만들거나, 관계의 지구력, 성찰 등등 영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탁월한 사람들이다.

7. 좌파형
무조건 반대해놓고 본다. 대안은 바로 현행에 대한 반대일 뿐. 따라서 주장이 일관적이지 않다. 거기다 무식하기까지 해서 회의때 말은 제일 많이 하지만 건질 것이 없다. 시선이 '날카롭다'는 피드백을 칭찬일 줄 알고 살아가는 유형. 일시켜 놓으면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일이 안되는 이유를 구조와 시스템 탓으로만 돌린다. 언제라도 남을 향해 화살을 쏠 준비가 되어있는 빌헬름텔의 후예다.
조직에서 절대반지를 낄 수 없는 유일한 유형. 어느 조직에서든 소수가 되어 움직이며 소수의 아픔을 겪으며 스스로 피해자를 만들기 일쑤인 그가 리더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은? 손발을 움직여서 일 좀 해볼것.

8. 우파형
인간성이 좋다. 좋은 관계가 일의 능력을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보면 품성이 좋아보이지만 자기 이익과 부딪힐 땐 돌변한다. 고집이 장난 아니다. 우파형이 리더가 되면 새로운 제안, 아이디어를 귀찮아해서 말많은 좌파형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말주변이 없어 대응하지 못하고 무조건 피한다. 우파형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술을 잘마시고 시중을 잘 들으면 되지만 무능력자들만 주변에 깔려있어 조직이 서서히 망가진다. 물론 돈이 많으면 유능력자도 취할 수 있음.
더도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기를 바라는 맘이 커서 갈등을 가장 무서워한다.  판단력 마비증세의 부작용이 있다.    

9. 연예인형
우선 외모가 뛰어나다. 하다못해 스타일이라도 좋다. 말빨이 좋은 경우도 있다. 샤방샤방 블링블링.
단기간 사람을 조직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취직도 잘된다. 일을 못해도 한번 웃어주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그러나 끊임없는 스캔들로 동성에게는 부러움과 시기가 따라다닌다. 이 유형에게 버림받는 이성들이 이유없이 조직을 떠나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부작용이 있어서 항상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고독하다. 동성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혼자 밥먹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밥값은 이성이 계산해주지만.
주민운동 판에서는 백만년만에 한명 나올까 말까함. 걱정하지 않아도 됨.

10. ...
10가지 다 채우려고 했는데 시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