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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섹스/그여자

안도

후배는 SOS를 보내왔다.
그녀가 힘든줄 알면서 눈을 맞추지 않고 시시껄렁한 대사만 때리곤 했다.
혹여, 내가 감당못할 폭탄발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모된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기에 다른사람의 고민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후배는 그녀와 일하기 힘들어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기꺼이 행복하게 관계맺지 못하는 데 대한 자책이 심했다.
엉뚱한 반응과 과도한 참견, 모르는 바를 인정하지 않는 등.
나도 간혹 그녀를 스치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던 터.
후배는 미워지는 자신의 감정에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과적으로 후배를 괴롭힌 꼴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긴장때문에 오버해서 호응하고 참견한 건 아니었을까?
미워지는 감정은 그대로 놔두고
욕심이 많되, 자존감 낮은 그녀의 상황과 배경을 읽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덤으로 난, 일주일에 한번 그녀를 만나, 주민운동의 원칙이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업무, 관계맺기 등등에 관해 대화하기로 했다.
상근을 그만두기 전까지 내겐 중요한 과제, 두명의 활동가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해야한다.

후배가 도움을 요청해줘서 고맙다.
혹여, 힘들어 죽겠다고 그만두고 싶다고 폭탄발언할까봐 괜히 쫄았는데.

후배와 난 볼레로서 허브차를 마셨다.
뜨거운 허브차라...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간신히 참았다.
한창 표절시비중인 '혀'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