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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똑같이 말리고 싶지 않은 김밥같은 휴일


하늘이 가라앉을 것 같은 초겨울 휴일이다.
삼성 홈플러스엔 가족들이 드글거린다.
연대감 없는 다중이 섞여 서로 다른 톤으로 웃는다.

왠지 혼자여서는 안될 것 같은 쇼핑몰에서 홀로 손톱을 다듬는다.

홴지 '혼자'가 죄책감이 들기는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유전자끼리 진짜 사랑을 고백하고 진짜 착한 것처럼 행동한다.

지하철을 홀로 탄다.
비슷하게 늙어가는 여자와 남자.
비슷하게 연애하는 여자와 남자.
포동포동한 아이를 자랑하는 여자와 남자.
그 아이를 귀연듯이 바라보고 찡긋하는 나.

너무 비슷해서 돌아서면 아무 영향도 없는 그들을 보다가 가슴이 덜컥한다.
이렇게 김밥처럼 똑같이 말리고 싶지 않아 고개를 턴다.

차창에 비슷하게 팔자주름을 염려하는 내모습이 끔찍하다.
너무 보편적이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초겨울 휴일.
혼자 놀라고 혼자 섭하고 부끄럽다.

보편적인 제스처가 폭력이 되는 시대에 홀로 손톱을 다듬는 여자와 남자가 서넛 눈에 띤다.

끔찍하다. 너무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