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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두가지 삽질


삽질정부의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관련 또다른 삽질이 시작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제외한 정치권의 한몫잡기가 그것이다.

오늘 강동구를 통과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관련 강동구범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강동구민회관에서 강동구 통과반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수면위에 떠오른 반대이유는 예상했던 대로다. 화재, 폭발사고, 매연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등 환경공해, 생태보전지역 및 공원에 심각한 생태환경훼손, 고품격 아파트의 주거환경 악화로 인한 집값 하락, 교통대란은 물론 빈번한 사고위험성 유발, 지하철 9호선 유치예정 노선에 저촉 등이다.
주민들은 반대할 만 하다. 우리집앞에 고속도로가 뻥 뚫려서 재산권은 물론 조망권 등을 해치는 일을 누가 반기겠는가. 주민들은 간만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설명회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모두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모임직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아니, 주민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런 이유에서 모였을 터.
정당별로 참 골고루 모이셨다.

난 두가지 삽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선 첫번째 삽질, 정부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는 당초 민자유치를 목적으로 계획되었던 바, 강동구는 통과예정이 아니었다. 아니지. 어쩌면 통과하고 싶었으나 반발이 우려되서 슬쩍 피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에서 살짝쿵 고덕동을 거쳐 강일지구를 통과하는 점선을 그려넣었다. 민간기업의 선긋기에 옳다쿠나 하고 계획을 정정한 건 국토해양부다. 여기서 정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주신다. 건설업체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서 정부의 계획조차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함(?)과 주민의 반대따위 고려하지 않는 그 뚝심(?)을 누가 쫓아갈 수 있으랴.
점선이 주는 의미는 단 한가지. 주민 간보기다. 반대하나 안하나 과격한가 아닌가를 간보면서 적당히 넘어가고픈 정부의 술책. 그런데 고덕동 주민이 예사주민이던가. 공교롭게도 경부고속도로를 관통하는 주변엔 강동구에서 좀 산다하는 삼성빌라 등의 빌라촌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중간계급 이상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위험한 줄을 미처 몰랐나보다. 몇조원이 드는 공사를 계획하면서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정말 삽질 하나 끝내준다.

두번째 삽질, 정당이다.
사이좋게 모였다. 여야, 그리고 진보정당 관계자까지. 전에 하던 활동 때문에 모두 안면이 있던 터라 찢어진 청바지에 쪼리끌고 대면하기 껄적지근해서 피해있었는데 용케도 알아본다. 어정쩡하게 인사했다. 어쩌면 저리도 사이좋게들 인사하시던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게 정치인의 임무 아니던가.
주민들은 지금 여야를 가릴 지경이 아니다. 모두 내편이 되어서 강동구를 사랑하는 모임으로 만들면 이해관계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어떤 주민, 어떤 사안이라도 좋다. 나는 당신편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이자리는 참 고마운 자리다. 좋다, 기존 정치권은 그렇다 치자. 진보정당의 삽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주민의 고통이라면 어디라도 뛰어가서 함께 해야 한다는 애구심, 아주 좋은 태도다. 하지만 누구를 대변하고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 정도를 고민하고,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정도는  입장을 정리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싶다. 설마, 주민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주민을 진보정당으로 끌어들인다는 목적으로 움직일 만큼 순진한건 아니겠지. 이미,구청장을 비롯해서 다른 정당들도 길길이 날뛰면서 반대하고 있는데 거기에 한점 보탠다고 주민들이 진보정당을 고마운 정당으로 여길까. 답은 글쎄올시다.

그래서 여기서 가장 큰 삽질은 진보신당이다. 오히려, 건설자본에 휘둘리는 정부와, 삽질정부의 태도를 거시적으로 비판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보이지 싶다. 주민의 편에 서서 활동할 수 있는 건 진보신당의 정당이념에 맞는 계급이나, 개인을 대변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잔칫상 차려놓으면 낼름 숟가락 하나 얹어놓고 활동입네 자랑할 게 아니라 분노를 조직할 수 없는 무기력한 주민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보던가, 그럴 조직적 힘이없다면 그냥 당원모아서 지역별 사안사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현재로선 최선일 듯 싶다.

나는 왜 갔냐고? 시민단체가 결합해주기를 바라는 주민의 요구 때문이었다. 거기서 몇몇 활동가를 만났다. 그래도 상식이 좀 통한다. 대책없이 주민범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미리 이 사안과 관련한 입장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래 그게 우선일 듯 싶다. 주민이 스스로 주민의 목소리를 내는 거 참 반가운 일이나. 이 사안의 경우 내부의 힘이 없는 시민단체나 진보정당이 나서지 않아도 다 잘되게 되어 있다. (만약 정부가 계획한 대로 강동을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진보진영이 참여하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워낙 안되게 되어 있었서 그런것이다.)

좀 잘나가시는 분들의 힘이 다 쏠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