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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농사


이틀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러고도 어제 빗속에서 518 광주 망월동 묘역이며, 자유공원을 헤맸으니 감기걸리는건 막을 수 없겠지. 시민군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던 양동시장에서는 경매가 한창이었고 거기서 원철이를 만났다. 세상은 참 좁다. 자슥, 어색한 악수를 하고 황급히 헤어졌다.

비는 오지 않지만 역시나 추웠던 오늘, 고추모종 40포기를 박스에 담아 마을버스에 올랐다. 마침, 근처 농장에 가던 여인에게 10포기를 줬다. 어차피 우리밭에 심을 수 있는 양은 30포기 밖에 되지 않으니까.
호미가 없어서 삽을 가지고 먼저 밭을 고르고, 나무를 주웠다. 고추 지지대를 세우기 위해 헤맸으나 10개정도밖에 구하지 못했다. 경험은 무섭다. 농사 좀 지어봤다고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주말농장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고 있었다.

한참 고추모종과 가지를 심고, 부추,상추등을 골랐다. 역시나, 막걸리 파티를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추진위로 좁혀진다. 옆에선 고기를 굽느라 한창이다. 그집서 라면이랑 과자를 얻어먹었다. 낮익은 얼굴. 어디서 봤더라. 총선때 순대국 집에서 지지방문했던 당원이다. 세상은 참 좁다.
이편저편 부류짓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으나, 그의 등장으로 일순간 침묵이.... 당원들 중에는 저런이가 많을 것이다. 아무 편에도 들지 않는 그는 사람좋은 얼굴로 반가워한다. 그땐 그랬지.

절교를 선언한 후배도 도착했다. 내얼굴을 바로 보지 못한다. 술취해 횡설수설하려는 순간 나랑 갑선배랑 잔소리했다. 그날, 그의 술주정에 대해 단호하게 조언했다. 내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난 여자니까. 자식, 참 변화하기 어렵단 생각을 한다. 너무 춥고 힘들어 집에 가고 싶은데 막걸리가 나를 주저 앉힌다. 역시 마셔도 마셔도 맛난건 막걸리.

따듯한게 먹고 싶은데 강이 도착했다. 낙지랑 국, 술을 사가지고 왔다. 이내 사람좋은 웃음으로 말을 했지만 사실 그의 이야기는 그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거리둔 객관화라기 보다는 그저 세상살기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태도때문인 것, 같다. 역시 효자라서 아버지가 술드시고 들어오셨다고 황급히 집으로 불려갔다.

2차갔다. 암사동 할매집 문을 닫았다. 근처 호프집에서 한잔했다. 이미 다들 술에 취해서 별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사실 이때부터 재미없어진다. 난 멀쩡한데 다들 술에 취해서 대화가 안된다. 입다물고 한잔 마시고 그집을 나섰다.

술취한 후배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이상한 말을 짓껄인다. 순간, 내가 누난지, 선밴지, 여잔지 모를 이상할 말들을 쏟아붓는다. 이젠 저런 이야기 듣는것도 지겹다. 한때는 그저 웃으며 받아줬는데 오늘까지 이러니까 짜증난다. 누가 저녀석을 부른거야. 우리집까지 오겠다는 그를 억지로 집으로 보냈다.

집. 오는길에 피자를 사가지고 갔다. 몸에 좋다고 유기농으로 기른 쌈들을 한보따리 땄지만 귀찮은건 귀찮은거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싶었다.

아참, 갑자기 생각나는데 그의 소개팅에 대한 정말 웃기고도 무시할 수 없는 에피소드를 조만간 정리해봐야겠담. 에효. 술에 취해서 자판이 잘 두들겨지지 않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