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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그 사람의 인생을 만난다는 것

노숙인 시설에서 교육훈련을 진행했다.

당사자 운동, 주민주체 등  주인으로 산다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인으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시설생활자들과 주인을 강요하는 교육이라니

진행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설에서 우리를 한번도 주인의 권한을 주지 않았는데 왜 이런교육을 합니까?

 

맞다. 개인의 결의 가지고는 주인으로 살기 힘든 세상에서 당신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세상이 변한다고

확신하며 말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질문했다.

 

" 여기서 주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데요?

 

그들은 이야기했다. 다시한번 다잡고 싶고. 목표라는 것도 세우고 싶고 그 목표를 향해

보통사람으로 진입해보는 것. 시설에서 매입임대로 매입임대에서 내 집으로

단절된 가족들과 통화하고 누나랑 밥한끼 먹고싶은.

그런 삶, 일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삶. 그게 주인이라고...

 

그렇다면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은 언제입니까?

 

사기 당하기 전. 가족들이 귀하게 여겨주던 어린시절. 직장에서 인정받던 시절.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지금 스스로 비루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은 있다.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서 모인 사람들 앞에서

변화할 것은 당신들이 아니라 세상이요 라고 말했다.

다만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변화를 위해 애쓰고 힘쓸 뿐이라고.

처지가 비슷한 동료들과 관계맺고 힘을 모아서

조금씩 권리를 찾아보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주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나에게 하는 말이다.

가릴 것 없는 알몸상태의 사람들을 보며

적당히 가리고 숨겨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나의 부정직함은 분명 주인으로 산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의 노예가 된 것이다.

 

용기내어

정직하게

모든걸 잃는다 하더라도

주인으로 살아내야 할텐데.

 

그 사람들의 인생을 만난다는건

나의 거울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돈까지 받아가면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행복에 겨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