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묘한 매력이 있다. 수학여행이라는 렌즈로 그곳을 바라봤기에 성인이 되어서 다시 그곳을 가고싶단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고즈넉하고 조용하되, 편의시설은 짱좋은 그곳. 놀기 위해서 첫날 무리해서 교육을 진행했다. 오후 11시까지 공부하고 잠깐의 수다. 늙수그레한 훈련생들은 첫사랑을 추억하며 새벽3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바람님의 연애사는 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나무님은 방황하던 20대에 다양한 사랑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꽃바람은 현재진행형. 훈련, 나무님은 내게 '트레이너님은 묘한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모두들 무슨 매력이냐고 다그쳤다. '묘하'기때문에 설명할 수 없단다. 아마 묘하다는건. 경주처럼 선입견의 렌즈가 벗겨지는 순간 아니었을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첨성대, 안압지, 천마총 등 표값을 아끼기 위해 겉에서만 둘러본뒤(실은 그리 안을 들여다보고 싶진 않았다) 남산의 마애불들을 구경했다. 포항에서 물회를 먹고 바다구경을 했다. 보라는 바다는 안보고 또 '똥'에 대해 수다가 이어졌다. 우리 훈련생들은 정말 수다쟁이다.
- 용산역 원천봉쇄. 서울역으로 옮겨서 용산참사 추모제를 개최했다. 대학생의 숫자가 줄었다. 용산참사가 있던 날 보도블럭을 깨서 돌을 던지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자 학생들은 얼어있었다고 한다. 집회는 촛불처럼 평화롭기 그지없을거라 생각했을터. 폭력에는 폭력에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집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서울역 또한 행진을 못하도록 꽉 막아놓고 있었다. 거점지역을 충정로, 종로3가, 명동성당 등으로 옮겨가며 집회를 열었다. 숙박교육을 다년온 뒤라 피곤하긴 했지만 숫자가 절박한 때여서 합류키로 했다.
- 배고팠다. 일행과 감자탕을 먹었다. 소주 각 일병. 이런저런 사회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오는 길. 갑자기 집앞의 티앤샐러드에서 맥주 한병을 입가심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고개를 털었다. 술에 취해서 자기감정을 오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 고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