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서울시민 인문학 강좌 입학식.
성동지역에서 제화공장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비정규직 여성들 30여명이 모였다.
남자형제에 치여 공순이로 살아야했던 할머니.
초등학교때 시인을 꿈꿨으나 가난해서 서울로 상경한 언니들.
아이기르다보니 꿈을 잃고 살아온 아줌마.
그리고 순하디순한 눈빛으로 마이크앞에서 절절떠는 청년들.
엄마의 입학식을 축하하러 온 3학년 녀석은 울컥한다.
엄마의 공부가 그 아이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나도 덩달아 울컥한다.
영어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인문학이라니....
난, 그자리에 특강 강사자격으로 참여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고졸이후 바로 대학에 진입하고
별 의미없이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었던 나.
인문학에 참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학사모 쓰고 졸업식한다는 말에 덜컥 신청했다고 한다.
몇십년을 망설이고 망설여서 시작하는 공부.
그녀들에 비해 편안했던 나의 20대를 생각하니
지금, 이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다.
철학과 글쓰기 강좌를 매주 1회 12개월 과정으로 한다.
난 첫학기에 '결혼한 마돈나를 인터뷰하다'저자 자격으로
특강을 준비하기로 했다.
언니들은 기대하는 눈치다.
경희언니가 나의 프로필을 너무 멋지게 소개했기 때문.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서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다.
충분히 맘을 다해 축하해주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하루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