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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기

겨울을 견뎌야 하는 이유

너무 좋은 것은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냥 너무 좋다. 바람이 아닌 햇살의 스킨쉽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봄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 좋다. 지난 몇년동안 이런 봄날을 그냥 보내버린 듯 한데 오늘은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역시 사람은 그릇에 맞는 양의 일을 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보다. 교육이 없는 날은 이렇게 광진교를 걷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으며 요가를 할 수 있고, 보고 싶었던 사람을 골라서 만난다.

 

고슴도치처럼 달라붙어서 깽깽거리던 관계를 벗어나 그리운 이들을 만나 적당한 담소를 나누고 맛난 음식을 먹고 안부를 물으며 다소 가치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지적허영도 좀 채우고, 관계의 허영도 좀 채우고 며칠을 보내니 기운이 난다.

 

겨울내내 오그라들었던 마음도 펴고 축축했던 관계를 뽀송뽀송하게 말려도 보고 다시 힘을 내서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동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위해 내가 애써서 기운도 보충했어야 하리라.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사라지고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힘이 생기면 그도 그렇게 밉지는 않으리라.

 

아, 봄이다.

봄인 것 만으로 좋다.

봄이 아프고, 힘들고 슬프고, 절망적인 것은 사실이나

감각적인 만족을 당분간 즐기련다. 그리고 힘을 내련다.

나처럼 봄날을 즐기지 못하는 많은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하려면

나라도 기운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일기를 쓸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아. 오늘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