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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여성의 날, 북한의 여성운동을 상상한다.

3,8 여성의 날을 앞두고 있다. 기념일엔 기념일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마련인가보다. 아무 상관없는 책 '개성공단 사람들'(2015, 김진향외, 내일을 여는책)을 읽으면서 북한의 여성이 떠올랐다. 북한의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여성의 지위에 대한 불합리한 상황을 인식하고는 있을까? 통일이 대박이라고 했는데, 여성운동도 대박(?)의 영역(보다는 미지의 영역)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에게 설날은 술날이라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로 북녘의 남자들은 하루종일 술이다. ... 북측 여성들은 그런 남자들 수발하느라 이리저리 술상 차리고 치우기 바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북측 여성들은 남측 주부처럼 명절 스트레스로 힘겨워하지 않는 것 같다'(261p)

'여자를 무조건 아랫것으로 보는 식이에요. 일단 여자는 남자의 말에 토를 달면 안돼요. 만약 여자가 그러면 남자는욕을 하거나 때리기도 하죠'(167p)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는데도 남성들은 가만히 있고 여성들이 짐을 나른다고 한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면서도 여성이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폭력앞에서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는 글을 읽으니 갑갑했다. 통일이 되면 남과북 여성들이 힘을 합쳐 가부장문화에 균열을 내고, 인권과 평화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겠구나 하는 결의가 생겼다.

 

이 책을 읽으니 마치 우리나라 1980년대 주부를 보는듯 하다. '현모양처'를 목적으로 여성의 삶을 설계하던 지난 시절, 나 또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데 가정불화는 여성의 부덕의 소치요, 고부간의 갈등은 소통을 조절하지 못하는 여성의 무능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며 인권에 대해 깨어있다 하더라도 집단으로 주입된 사회적 영향력은 쉽게 깨지기 힘든법. 남한은 많은 여성주의자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변화했다.(여전히 암울하지만)

 

변화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속깊이 감추어둔 내면의 에너지가 전환을 이루어낸다고 믿는다. 남한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갖추에 되면서 억울함과 답답함, 화병으로 대변되는 이상한 질병의 원인을 스스로 밝힐 수 있었다고 본다. 결국 북한여성들 또한 국가체제상 선각자의 이념이 침투할 수 없다면  억압적 현실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북의 잦은 교류를 통해 스며들듯 실상과 정보를 나눠야 한다. (개성공단이라는 공간이 딱인데...)

 

북한은 남한의 1980년대와 많이 닮았다. 아픈줄도 모르고 가부장문화의 폭력성을 그대로 견뎌내고 살거나 아니면 나름 가족공동체와 사회공동체의 가치로 치장하며 자신을 속이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이건 순전히 짐작이다. 책한줄 읽고 드는 생각) 따라서 가족과 사회를 유지하는 기계로서가 아니라 여성이 주체적인 힘으로 공동체를 살리는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살림잘하는 주부와 아이를 잘 길러내는 모성 이전에 한 개인의 자유와 해방을 찾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북한은 페미니즘이 절실하다.

 

그래서 상상한다.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이사하리라. 그리고 북한의 여성들을 조직하여 3.8 여성대회에 함께 참여하리라.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조선'의 가부장 문화를 깨부수리라. 경제적으로 의식적으로 아무리 발전한다하더라도 근본적인 폭력이 용인되는 그놈의 '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