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과섹스/그남자

허브티


미나리깡 옆에 앙증맞은 찻집이 생겼다.
철학원을 가장한 점집옆에 포장마차옆에 허브티라...
기껏해야 한시간에 서너명 지나갈만한 쓰러져가는 건물에 노란페인트는 생뚱맞다.
가난한 주택가에서 프랑스의 모닝커피를 연상케하는 작은 찻집.
분명 서민들이 흘리고 다녔을 막걸리 냄새를 쓱싹쓱싹 걸레질하고 있는듯한 모습.
오픈날을 기다렸다가 사무국 활동가들과 고상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해물과 치킨샐러드를 시키면 스파게티가 제공된다. 뭔가 바뀐듯하다.
엉성한 내부인테리어를 쑥쓰러워하며 주인장이 예쁜 그릇에 최대한 멋부린 음식을 내놓는다. 간이용 버너에 스파게티 요리라... 그것도 좀 우스꽝스럽다.
소박하고 깔끔한 커피잔에 향긋한 커피. 고상하게 시럽을 부으려는 순간 모기한마리가 빠져서 허덕인다. 그것도 좀 우스웠다. 잔돈이 없어서 우왕좌와하는 주인장도 우습다.
시장조사라고는 하지 않는 티가 역력하다.
이곳에서 모닝커피를 팔다니...미나리깡에서.
"많은 돈 벌지 않으려구요" 주인장의 철학이 묻어난다. 단지 유년시절을 이곳서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찻집을 열었다는 그. 엄격히 이야기하자면 샐러드전문바이다.

적은돈으로 한껏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고, 가끔 책을 펼쳐볼 수 있는 이공간을 당분간 사랑할 예정이다. 고작 서너평 되는 이공간안에서 만큼은 프랑스도 부럽지 않을듯하다. 재즈선율과 커피향, 적당히 세상과 동떨어진듯한 주인장.
아쉬운건,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는 사실과 맥주말고는 주류가 없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