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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테러


서울시청 옆 빌딩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사이렌소리도 없이 조용히 불길은 퍼진다. 마침내 개미집을 빠져나오듯 재빠른 뜀박질로 무리지어 흘러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가슴이 뛴다. 순식간에 붉은 불길과 검은 연기가 꽈배기처럼 서로 부퉁켜 하늘로 올라간다. 장난감 병정처럼 꽤높은 층에서 사람들이 뚝뚝 떨어진다. 매트리스도 없는데.
5분정도 지났을까.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화염에 휩싸인 두 건물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뒤엉켜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앗싸! 드디어 테러가 일어났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제, 넌 끝났다. 무엇보다 드이어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하다니. 이런 감격스러운 순간을 내눈깔로 확인하다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일단 아이들부터 구해야지. 시청을 목표로 한 테러임이 분명하다. 시청앞에 있던 나는 아이들 셋을 들처메고 근처에 주차해놓은 그랜저에 몸을 싣는다. 그 그렌저는 고위공무원의 것임이 분명하다. 이미 그는 피하려고 차안에 있었다. 낯선 불청객이 들이닥쳤지만 워낙 급한 순간이라 눈만 멀뚱하게 뜨고 쳐다본다. 그는 다급히 시청복도에 전시해놓은 도자기를 구해야한단다. 옥쇄보다 중요한 문화적 가치가 있으니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그걸 가져와야 한다는 것. 난 그의 말만 믿고 시청안으로 들어가 도자기를 구해온다. 안도감.
그랜저는 최대속력으로 달려 시골의 한 지방으로 간다.
한쌍의 남녀가 혼수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엄청난 역사적 공간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내게 침대를 봐달라고 한다.
난 어이없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좀전의 일을 잊고 침대 스프링을 시험해보고 에이스침대를 추천한다.

이건 뭥미?
꿈이었다.